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수능시험은 국어 수학 사회·과학 탐구 영역 모두 선택과목 없이 동일한 과목으로 치르고, 고교 내신의 경우 현행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행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20일 열리는 대국민 공청회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으로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은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고교생들이 대학생처럼 적성과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골라 듣는 형태로 수업 방식이 바뀌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입시 개편안은 고교학점제와 연계성이 떨어져 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학교 현장에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지만 수능은 거꾸로 선택과목을 없애고 인문 자연 계열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배운 내용에서만 문제를 낸다고 한다. 시험에도 안 나오는데 누가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듣겠나. 수업 따로, 입시 준비 따로 해야 할 판이다.
새로운 입시 개편안이 시행되면 내신과 수능 모두 학생 부담이 줄고 변별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내신이 5등급 평가로 바뀌면서 수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사회와 과학 탐구 과목은 수능 출제 범위가 고1 때 배우는 내용으로 축소돼 2, 3학년 수업은 파행할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는 수시 성적에 반영되는 고3 1학기가 끝나면 면학 분위기가 흐려졌지만 새로운 개편안이 시행되면 그 시기가 고2 1학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 수능에서 미적분Ⅱ 기하 물리Ⅱ 등이 빠지면서 수학과 과학 학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높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고1 과정의 중요도가 커진 대학입시 개편안이 발표되자 올겨울 방학에는 고1 대비 사교육 수요가 중2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입시제도가 고교 교육과 엇박자가 나면 사교육 의존도만 올라간다. 고교학점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대입제도도 고교생들이 그런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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