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승리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의 표차는 당초 예상보다 컸다.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여당의 ‘힘 있는 일꾼론’을 압도한 것이다. 이번 보선은 기초단체장 선거임에도 총선 6개월 전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풍향계라는 점에서 여야는 당력을 총동원했다. 직전 지방선거보단 낮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48.7%에 달했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는 출범 1년 5개월 된 윤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초당적 협치와 통합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정 성과가 부진한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전 정권 탓으로 돌려왔다. 대법원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에서 낙마한 사람을 사면하고 공천까지 밀어붙인 여권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이러니 거대야당의 발목잡기 심판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훨씬 우세했을 것이다. 여권은 이번 보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새겨 ‘일방통행’ ‘독단’이란 지적을 받는 국정운영 기조 전반을 재점검하고 과감한 쇄신에 나서야 한다.
이번 보선에서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이 실체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책임지는 주체인 만큼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지역·세대별 맞춤형 민생 정책 개발과 공천 혁신을 포함한 총선 전략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 후보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불협화음을 보인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색할 일은 아니다. ‘구속 리스크’를 면한 이재명 대표는 이번 보선 승리를 계기로 친정 체제 강화에 나서겠지만 1인 체제에 안주할 경우 혁신과 쇄신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비명계를 몰아내려는 친명파와 강경 지지자들이 득세하는 분위기에서 친명-비명 간 공천 갈등은 언제든지 내분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대표는 깊어진 당내 갈등의 골을 메우면서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이번 보선 결과를 놓고 여야가 일희일비해선 안 될 것이다. 총선까지 민심을 뒤흔들 변수들은 수없이 나타날 것이다. 여야는 당장 10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를 비롯해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 등을 놓고 진정한 실력 경쟁을 해야 한다. 핵심은 어느 세력이 진정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자세와 역량을 갖췄느냐다. 총선을 향한 국민들의 냉철한 평가와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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