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내년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청년 인구는 감소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경제성장을 위협할 전망이다. 교육을 많이 받고, 건강 상태도 좋은 데다 일할 의욕이 넘치는 ‘워킹 시니어’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 가운데 전문대 졸업 이상인 고학력자는 122만2000명으로 2018년의 5.4배다.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50%가 넘는다. 저학력 노인 취업자 수는 198만5000명으로 고학력자보다 많지만 그 수는 4년간 10만 명 감소했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1980년대에 20대 청년기를 겪은 1960년대 출생 인구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 고학력 노인층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급증한 고학력 시니어 중 다수가 질 낮은 일자리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고학력 취업자 중 23.6%는 단순 노무직, 11.7%는 생산직이었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한 이들의 비중은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높은 학력, 평생 키운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생계형 일자리’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내년에 만든다는 103만 개 ‘세금 일자리’도 대부분 복지 성격의 단순 업무여서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이다.
고령화 충격을 앞서 경험한 일본은 고용 연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60세 정년은 그대로 두되, 임금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이 65세까지 고령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수입이 줄어도 경력을 살려 일할 기회를 얻는 노인들은 환영하고,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도 우호적이다. 반면 한국에선 이런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직적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고용 연장을 시도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청년층의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 일터를 지켜온 50, 60대 고학력 워킹 시니어의 경험과 지식은 한국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여전히 일할 의욕에 충만한 이들의 능력을 더 오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연금 고갈 등 많은 난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역량 있는 고령층에게 더 일할 길을 터주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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