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인사검증의 기초는 정확한 인사정보 수집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5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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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사회부 차장
유성열 사회부 차장
지난해 6월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하던 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가 맡은 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이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인사검증 기능을 내각으로 옮긴 것은 과거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면서 사찰 논란 등 부작용이 컸고, 청와대 권력도 비대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대통령실은) 옛날의 특별감찰반과 같이 공직자의 비위 정보 수집하는 건 안 한다”고도 했다. 인사 추천은 대통령실, 인사 검증은 법무부로 나눠 상호 견제와 교차 검증을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미국의 경우 인사검증은 백악관이 주관하지만, 실제 검증은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한다. 백악관의 1차 검증을 통과한 공직 후보자가 국가안보직위질문서를 제출하면 FBI가 이를 넘겨받아 탐문한다. 이웃과 친척, 직장 동료 등을 직접 인터뷰해 후보자가 제출한 서류와 틀린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들로부터 다른 인물을 추천받아 중복 검증하는 방식이다. FBI는 이렇게 수집한 ‘인사정보’를 백악관에 서면으로 보고한다.

FBI는 보고서에 인사정보만 기록할 뿐 적합, 부적합 등의 의견이나 판단은 전혀 적지 않는다고 한다. 수집한 인사정보는 법무부 장관에게도 보고하지 않는다. 검증과 조사는 FBI가 독립적으로 하되 최종 판단은 백악관이 하는 구조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법무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맡기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직후 FBI를 방문한 것은 미국의 이런 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러나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과정을 보면 현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징계 취소 소송을 파악하지 못했고, 김행 후보자가 창업한 언론사가 성범죄 2차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제목 장사’를 했던 것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취득 및 미신고 역시 인사정보관리단이 파악했어야 할 필수적 인사정보였다.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한 장관은 “객관적인 자료 수집 업무를 통상적으로 했다”고만 답했다. 후보자에 대한 가부 판단 역시 미국처럼 법무부가 아닌 대통령실이 했다는 게 한 장관의 국감 답변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들 후보자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내용을 몰랐다면 부실 인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고, 파악해서 보고했음에도 대통령실이 지명을 강행했다면 인사정보관리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선진 시스템이라도 부실하게 운영한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낼 수 없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인사정보를 부실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포함해 현행 인사검증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인사검증의 기초는 미국이 그렇듯 필수적인 인사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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