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퇴임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에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낸 판사 출신으로 2018년 10월 헌재재판관에 임명됐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이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6년의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10월까지 11개월만 재임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임기에 대해선 별도의 규정이 없다. 재판관 재임 중 소장으로 임명된 경우 임기를 언제까지로 볼지를 놓고 학계와 정치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헌재소장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6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헌법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을 활용해 헌재소장의 임기를 늘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2013년 처음으로 재판관 재직 중에 헌재소장이 된 박한철 전 소장이 재판관 잔여 임기 3년 8개월만 채우고 물러나면서 이것이 관행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사태 와중에 박 전 소장의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고, 헌재는 한동안 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문재인 정부 초기였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임기가 1년 4개월 남은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지만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후 임기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진성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했고, 2018년 9월 유 소장이 뒤를 이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1년 4개월 만에 2명의 헌재소장이 임명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춰 이 재판관이 임명되면 현 정부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서 헌재 운영이 불안정해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굳이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 판단, 고위공직자의 탄핵 심판, 정당 해산 결정 등을 담당하는 헌재는 대법원과 함께 최고 사법기관이다. 헌재가 이런 막중한 역할을 다하려면 그 수장의 자리부터 안정돼야 한다. 헌재소장의 잦은 교체가 반복되면 나쁜 관례만 쌓여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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