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현대차 중고차시장 본격 진출, 속임수·바가지 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9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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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비자가 지난해 중고차 구매에 쓴 돈이 38조 원이다. 새 차를 사는 데 쓴 59조 원보다 적다. 하지만 거래량으로 따지면 중고차가 238만 대로 신차의 1.4배나 됐다. 그래도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의 2배가 훌쩍 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작은 규모다. 중고차 시장에 나갔다가 바가지를 쓰거나, 두고두고 고장으로 속 썩을까 봐 겁내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현대자동차가 어제 국내 완성차업체 중 처음으로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사 중고차를 사들여 진단·정비를 한 후 판매하는 차를 인증 중고차라고 한다. 수입차 업체 20여 곳은 이미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소 중고차 업체들의 반발에 막혀 역차별을 받아 왔다. 작년에 정부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현대차는 24일부터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다. 두 브랜드는 작년 국내 중고차 거래의 38%를 차지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는 연식과 주행거리가 짧은 무사고 차량으로 판매 차량을 제한했다. 정밀 진단, 품질 개선, 검사, 인증 과정을 거쳐 품질을 높인 중고차다. 상품 검색, 비교부터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모두 온라인에서 가능하다. 기아,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신뢰성이 낮았던 한국 중고차 시장은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판매자는 차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지만, 구매자는 결함을 알아채기 힘든 게 중고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다. 한국에선 여기에 더해 주행거리 조작 차량, 침수 차량 등을 속여서 파는 사기성 거래가 자주 발생해 왔다. ‘중고차 사면서 뒤통수 안 맞는 법’과 같은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이유다. 그 해법으로 나온 게 제조사가 직접 참여해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 제도다. 현대차는 중고차를 팔면서 1년간 2만 km 무상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고차 비즈니스는 금리에 민감한 일종의 ‘금융 산업’이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부가 가계 지원금을 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낮춘 데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겹쳐 중고차 시장이 폭발적인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할부금융 대출금리가 10%를 크게 넘어서자 판매량이 줄고 가격도 급락해 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과도한 빚에 짓눌려 있는 한국의 가계, 청년들로선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만큼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에 살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현대차#중고차시장#완성차#인증중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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