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대병원 규제 완화”… 실행 서둘러 지역의료 붕괴 막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9일 23시 57분


정부가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암이나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전국 국립대병원의 의료역량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립대병원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풀어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고,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의료소송 부담을 덜어주며, 낡은 장비 교체에 국고 지원 비율을 3배까지 늘린다는 내용이다. 또 의대 정원을 늘리되 지역 인재들이 지역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의대 입시에서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필수의료 기피로 지역의 필수의료 생태계가 붕괴 중인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늦게 나온 것이다. 1998년 환자의 진료 지역을 제한하는 진료권이 폐지되고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요즘은 암 환자 10명 중 3명이 서울로 ‘상경 진료’를 다닌다. 지역 내 병원 이용률이 서울은 90%인데 경북은 63%, 충남은 66%밖에 안 된다. 인구 급감에 환자 수까지 줄어드니 지역 병원들이 문을 닫고, 가까운 병원이 없어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립대병원이 지역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지만 연봉이 민간병원 의사의 절반도 안 되는데 누가 오려 하겠나. 우수한 교수진과 다양한 환자가 몰리는 국립대병원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지역 의사를 키우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수술할 의사를 못 구해, 장비가 없어서 환자를 못 받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려면 경증 비응급 환자들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무분별한 검사를 부추기는 의료수가제도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정원의 상당 부분을 지방 의대에 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70%가 지방에 남는 반면에 한국은 그 비율이 절반밖에 안 된다. 지방 의대가 배출한 의사들을 지역에 붙잡아 두려면 지역 특화 수가제 등 별도의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국립대병원#지역의료 붕괴#대형병원#필수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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