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에 맞춘 연금자산 ETF 투자전략[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2일 23시 27분


요즘 연금 자산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ETF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의 다양한 주가지수와 채권지수를 따르는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서 연금 가입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 늘어난 만큼 선택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 DC형 퇴직연금 부담금은 언제 입금되나

연금 가입자가 ETF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알아보자. 연금은 장기 투자 상품이다. 투자 기간은 자산을 축적하는 기간과 축적된 자산을 연금으로 인출하는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축적 기간에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근로자가 1년 일하면 총급여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근로자의 퇴직계좌로 이체한다. 이체 주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1년에 한 번 이체하는 회사도 있고 월, 분기, 반기 단위로 나눠서 이체하는 곳도 있다.

회사가 근로자 퇴직계좌에 부담금을 이체하면 근로자가 희망하는 ETF를 직접 매수해야 한다. 정기예금이나 일반 펀드는 사전에 상품을 정해두면 부담금이 이체되는 날 자동으로 매수가 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직 ETF를 자동 매수해주는 금융사는 없다. 따라서 가입자가 부담금이 입금되는 날을 기억했다가 ETF를 직접 매수하는 수밖에 없다.

● 분배금 재투자 번거롭다면 ‘토털 리턴 ETF’ 고려할 만

분배금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ETF 분배금은 주식 배당과 유사하다. 주식회사가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 배당이라면 ETF에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분배금이라고 한다. 분배금은 ETF의 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투자 대상 자산에서 발생하는 주식배당, 채권이자, 옵션 프리미엄을 재원으로 지급한다.

연금자산 축적 속도를 배가하려면 분배금을 재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재투자를 하려면 ‘분배금 지급기준일’을 알아야 한다. 분배금을 수령하려면 분배금 지급기준일에 ETF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식형 ETF는 1, 4, 7, 10, 12월 마지막 영업일이 분배금 지급기준일이다. 그 밖의 ETF는 12월 마지막 영업일이 분배금 지급기준일이다.

분배금 지급기준일에 ETF를 보유하려면 최소 2영업일 이전에 ETF를 매수해야 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ETF 또한 매수 후 2영업일이 지나야 결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분배금을 수령하는 날은 ETF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보통 분배금 지급기준일 2∼3일 후 지급된다. 분배금은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그냥 두면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분배금을 수령하면 재투자해야 한다.

매번 분배금을 재투자하는 게 번거롭다면 ‘토털 리턴 ETF’에 투자하면 된다. 일반 ETF에서 재투자를 하려면 투자자가 분배금을 받는 날을 기다렸다가 다시 ETF를 추가 매수해야 하지만, 토털 리턴 ETF의 경우 운용사가 이 과정을 알아서 해 준다. 따라서 투자자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분배금 재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연금 재원은 미리 확보해둬야

이번에는 인출 기간에 대해 알아보자. 퇴직급여를 연금계좌(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에 이체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퇴직급여 규모가 커서 소득세 부담이 큰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혜택이다. 그리고 연금계좌에 세액공제를 받으며 저축한 금액과 운용수익도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3.3∼5.5%)로 과세된다. 중도 해지하거나 연금 이외 방법으로 수령하면 16.5%의 세율로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절세혜택 때문에 연금 수령을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낮은 수익을 감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연금계좌 적립금을 ETF에 투자하면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묻는 은퇴자들이 많다. 가능하다. 다만 매달 연금을 수령하는 날이 도래하기 전 투자자가 직접 ETF를 매도해 미리 현금화해야 한다. ETF를 매도해 현금화하는 것은 2영업일이 소요된다.

연금이 개시되면 금융회사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금융상품을 매도해 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한다. 매도 순서는 금융사마다 다를 수 있는데, 통상 현금이 있으면 이것부터 연금으로 내어준다. 현금이 없으면 원리금 보장 상품, 디폴트옵션 상품, 투자상품 순으로 매도해 연금지급 재원을 마련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금리가 낮은 것부터, 투자상품은 위험도가 낮은 것부터 매도한다. 매도 순서는 투자자가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ETF는 금융회사가 임의로 매도할 수 없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ETF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수시로 바뀌는데, 금융회사가 임의로 매도 가격을 정해서 매도할 수 없다. 따라서 연금수령일에 연금계좌 ETF에 다른 자산이 없으면 연금을 수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적어도 2영업일 이전에 매도해 현금화해야 연금을 수령하는 데 문제가 없다.

● 재원 확보 번거롭다면 ‘월 배당 ETF’에 맡겨라

연금 수령일에 맞춰 ETF를 매도하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선지 연금자산 규모가 큰 은퇴자들 사이에서 매달 분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월 배당 ETF’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ETF에서 매달 분배금을 수령하면 연금재원 확보를 위해 ETF를 환매하지 않아도 된다.

월 배당 ETF를 고를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분배금 크기만 보지 말고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분배금의 원천을 살펴야 한다. 월 배당 ETF가 주로 투자하는 자산은 배당주, 커버드콜, 리츠, 채권이다. 배당주 ETF는 보유 주식의 배당금을 재원으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매수하고 동시에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이 제한되지만 횡보하거나 하락할 때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얻은 프리미엄을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 리츠에 투자하는 ETF는 부동산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채권형 ETF는 보유 채권의 이자를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

#연금자산#etf#투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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