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무 복귀한 이재명, 정쟁 아닌 민생 경쟁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23시 54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23.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23.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첫 메시지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와 전면적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제 회복과 민생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윤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함께 만나 민생을 논의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의 ‘여야 대표 민생협치 회담’에 대한 역제안 성격이다.

이 대표는 단식농성 이후 입원해 있는 동안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성과도 거둔 게 사실이다. 복귀하자마자 8월 말 단식 돌입 때 요구했던 내각 총사퇴 등을 거듭 주장하며 ‘정부 실정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윤 대통령이 참여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한 것은 윤 정부를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여당 견제는 야당으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정쟁 차원의 대여 공세로만 치달아선 안 된다. 이번 보선 민의가 윤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해서 이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하긴 어렵다. 보선에서 17%포인트의 큰 격차로 이겼지만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극성 팬덤에 휘둘리고 국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정 발목을 잡거나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만 공고히 하는 대결 정치를 고수해선 안 된다. 차별화된 민생 정책으로 여권과 경쟁하고, 민생을 위한 협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태도가 유능한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일 것이다. 당의 안정화도 필수조건이다. 이 대표 스스로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고 했다. 친명·비명 갈등으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모처럼 정치권에 민생을 화두로 한 쇄신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양자건 3자건 4자건 여야가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해 민생의 주름을 펼 방도를 찾아야 할 때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관련 사안이라면 정치권이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여 투쟁만 앞세워 정국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는, 정쟁의 주제만 ‘민생’으로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더불어민주당#민생 경쟁#당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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