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2%를 밑돌고 내년엔 1.7%로 떨어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두 쪽으로 쪼개질 경우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생존전략을 새로 짜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 ‘퍼펙트 스톰’에 우리 경제가 휘말렸다는 경고다.
OECD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한 나라가 노동, 자본을 총동원해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2% 미만으로 OECD가 추산한 건 처음이다. 내년 전망치는 미국의 1.9%보다도 낮다. 주요 7개국(G7) 중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등 성장 잠재력이 한국보다 낮게 평가되던 나라들은 요즘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면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시스템은 최악의 대외환경을 맞았다. 1, 2위 교역국인 중국, 미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자유무역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IMF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그룹과 중국의 양대 블록이 상대 진영과 거래를 축소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 가까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양측이 상대 진영뿐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전방위적으로 무역장벽을 강화하면 한국 GDP는 10%까지 줄어 6.9% 감소하는 중국보다 피해가 더 커진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는 예고된 위기다. 1990년대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5년 1% 하락의 법칙’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데다,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릴 노동·교육 등의 구조개혁은 벽에 부딪혀 있어서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 강도의 규제와 이익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의료, 금융 분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외환경 악화로 인해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몇몇 대기업,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전략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규제 체계의 근본적 혁신, 공격적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잠재력을 반등시킨 선진국을 전범으로 삼아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