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열린다. 예정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할 경우 일부 여객노선은 물론 화물 사업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면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한국에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를 오가는 여객노선은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운수권을 넘겨주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세부적으로는 EU집행위원회(EC)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도 어쨌든 방향성만큼은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골칫거리는 화물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우리는 통합에 100%를 걸었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배수진을 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EC는 그냥 도장을 찍어주진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두 항공사가 통합할 경우 화물 고객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한항공은 결국 EC 설득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이라는 사실상 ‘자해 행위’에 가까운 방안까지 내놨다. 여객, 화물 두 날개 중 하나를 버리고 반쪽만 인수하겠다는 거다.
EC는 대한항공에 독점 해소 방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화물 사업 매각에 반대하자니 2년여를 끌고 온 두 회사 간 통합을 사실상 실패로 몰아갔다는 비판이 두렵다. KDB산업은행은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남겨진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재기하지 못하면 이사회 멤버들에게 두고두고 ‘책임’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찬성표를 던지기도 어렵다. 화물 사업까지 팔아 회사를 반쪽으로 만들었는데 EC가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한다면 어쩔 텐가. 게다가 EC의 벽을 넘는다 한들 미국 경쟁 당국이란 거대한 산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사회가 이번엔 결론을 내지 않고 결정을 ‘연기’하거나 사실상 ‘기권’할 거란 얘기도 들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수년간 정상적인 기업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중단된 채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왔을 뿐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아시아나항공의 드라마틱한 반등을 이끌어낼 순 없겠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 반면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곳에 공을 넘긴다면 아시아나항공은 그만큼 더 오랫동안 ‘시계(視界)제로’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EU든 미국이든 경쟁 당국은 결국 통합 당사자들보다는 자국의 고객사들을 먼저 고려하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경쟁 관계에 놓인 자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보호하려 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처음 추진됐던 2020년 정부와 업계에선 세계 7위권 ‘메가 항공사’ 탄생을 기대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장밋빛 전망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세계 항공업계는 그사이 팬데믹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저마다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어느 쪽이든 담대한 결론을 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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