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24일 오전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인근 해상으로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과 해경보다 현지 어민이 먼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 선박은 조업하던 어민의 신고를 받고 급파된 해경 순찰정에 의해 확보됐고, 해군 고속정은 그 뒤에 도착했다. 이를 두고 2019년 6월 탈북민들이 어선을 타고 유유히 삼척항에 들어와 우리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군과 경찰을 기다렸던 ‘해상판 노크 귀순’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군의 대응이 어민 신고보다 늦었다는 점에서 해상 경계에 공백이 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 당국은 이미 오전 5시 반쯤 이상 물체를 탐지해 추적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군은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 남하하는 물체를 포착하고도 1시간 40여 분 뒤 어민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추적 감시에만 머물렀고, 신고 10분 전에야 그것이 선박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앞서 군은 오전 4시쯤 NLL 일대 북한군 단속정의 특이 징후를 감지하고 함정과 초계기를 투입해 작전도 벌였다는데, 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군 당국은 “특별히 놓친 것 없이 작전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경계 실패’ 지적을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NLL을 넘어오는 모든 표적을 다 포착 감시하고 싶지만, 공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400km가 넘는 동해 NLL은 서해 NLL의 5배 길이에 달하는 데다 이번 귀순 목선은 2019년 삼척항 입항 목선보다도 작았기 때문에 탐지가 더 어려웠다는 것이다. 물론 감시장비와 가용전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대응 태세에 안이함이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차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동해의 경계와 작전 태세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보완을 해야 한다. 무장한 북한군이 기습 침투해 내려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동해상 침투는 과거 북한군의 전형적인 도발 메뉴였다. 올해 들어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주로 중국을 통한 입국이지만 앞으로 해상 탈북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경계 실패 논란 속에 군의 신뢰를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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