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8% 줄어들었다. 출생아 수가 매달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감소 폭이 7월(―6.7%)보다도 더 커졌다. 매년 8월 기준으로 봤을 때도 2008년 이후 가장 급격하게 떨어졌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 수치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온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명 선이 붕괴된 이래 올해 2분기에는 0.7명까지 추락한 상태다. 각종 조사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늘어나는 듯했던 혼인 건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혼인 건수는 1년 전보다 1000건 넘게 줄면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에 연동된 신생아 수 감소도 불 보듯 뻔하다. 이대로면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0.6명대 출산율’ 기록은 시간문제다. 서울은 이미 0.59명까지 떨어졌다니 바닥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다.
현재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을 경우 2020년 632만 명이던 0∼14세 유소년 인구가 2040년에는 318만 명까지 급감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도 나왔다. 20년 만에 반 토막 나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감소는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성장 동력의 상실을 비롯한 경제, 사회 전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OECD의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사상 처음으로 1%대까지 주저앉아 있다.
정부가 16년간 저출산 해법에 280조 원을 쏟아부었다지만 실제 뜯어보면 ‘지역문화 진흥’이나 ‘디지털 인재 양성’처럼 직접적인 관련 없이 부풀려진 항목들이 적잖다. 국회 인구특위는 최근 6개월간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못 쓴다’는 직장인 비율은 54%로 여전히 절반이 넘고 육아, 출산으로 인해 인사 차별을 받았다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들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 해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더 문제다. 젊은이들은 숨 막히는 사교육비 부담, 일자리 확대와 근무 탄력성을 가로막는 노동 환경을 출산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고갈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연금 부담도 이들을 짓누른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이들 분야를 손대지 못한다면 인구절벽에서의 추락을 막아낼 수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닥쳐오는 위기를 막으려면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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