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가 마약 공급, 대학街엔 버젓이 광고물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7일 23시 54분


배우 이선균 등에게 마약류를 제공한 혐의로 의사 A 씨가 입건됐다. 또 최근엔 서울과 경기도 대학가에 마약 광고물을 뿌린 40대 남성 B 씨가 체포돼 구속됐다. 마약 범죄가 특정 계층이나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점점 일상 가까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의 ‘마약 일탈’은 근래 들어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마약에 손대 처벌을 받고도 면허 재교부 등을 거쳐 아무 제약 없이 병원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엔 오남용할 경우 마약이나 다름없는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을 남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마약류 과다 처방으로 적발된 병원은 89곳에 이르렀다. 역대 최대였다. 일부 병원은 연간 1000만 개 이상의 마약류를 처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과다 처방은 환자의 의존성을 키워 중독에 빠지게 하거나, 상습 투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일부 환자는 먹다 남은 약을 되파는 사례도 있다. 병원이 사실상 마약 확산의 거점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다.

B 씨의 사례는 새로운 마약 수요를 찾는 시도가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는 대학가를 돌며 출입구, 사물함, 차량 앞유리창 등에 명함 크기의 광고물 200여 장을 뿌렸다. 광고물에는 학생들을 현혹하기 위해 액상대마가 ‘영감을 주는 약’이며 합법이라는 거짓 내용까지 넣었다. 4월에도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필로폰 섞은 마약을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학생들에게 시음하게 한 일당이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마약을 통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마약류의 과다 처방 등을 막기 위해선 처방 기록이 남는 정부의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의심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과다 처방에 대한 처벌 수위도 더욱 높여야 한다. 아울러 마약 광고가 대학가 등을 파고들지 않도록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배우 이선균#마약 범죄#마약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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