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83)은 야구로 모든 걸 다 이룬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업야구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고,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프로야구 해태 감독으로 재임하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감독으로 한 차례 더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해 ‘V10’을 이뤘고, 2013∼2014년에는 한화 감독도 지냈다. 2004시즌 후 삼성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야구 선수 출신 첫 야구단 사장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도 맡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명예로운 자리지만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이다. 몇 년만 감독을 해도 약을 달고 사는 감독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24년이나 프로 감독을 지낸 그에게 “대체 어떻게 버티셨느냐”고 묻곤 한다.
그가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꼽는 건 바로 ‘등산’이다. 젊을 때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는 틈만 나면 산을 탔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산 중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야구가 한창인 시즌 중에도 그는 산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방문경기를 가는 곳 인근의 산을 매일 올랐다. 대구에 가면 팔공산, 부산에 가면 금정산을 오르는 식이었다. 그는 “프로야구는 주로 저녁에 경기가 열린다. 아침에 일어나 한두 시간 산을 타고 내려와서 밥 먹고, 낮잠 한 시간 자고 운동장에 나가곤 했다”고 했다. 특히 해태의 연고지 광주에 있는 무등산은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해태 선수들은 한 달에 한 번은 그와 함께 무등산을 뛰어서 올라야 했다.
80대로 접어든 뒤엔 거의 산에 오르지 않는다. 무릎이 좋지 않아 내려올 때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 대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 근처의 탄천길을 많이 걷는다.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을 걷는다. 젊을 때 엄청난 식욕으로 유명했지만 먹는 양도 많이 줄였다. 그는 “아내가 예전처럼 많이 안 해주더라고”라고 농담을 던졌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먹는 양을 줄이면서 최고 120kg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87kg까지 내려왔다. 그는 “몸무게를 줄이니까 무릎 아픈 게 싹 가셨다. 골프 칠 때 허리도 잘 돌아간다”며 웃었다.
젊은 시절 테니스를 즐겼던 그는 요즘엔 많이 걸을 수 있는 골프에 재미를 들였다. 해태 시절 제자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과 함께 한 달에 한두 차례 라운드를 한다. 평균 스코어는 80대로 준수한 편이지만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연습장도 다닌다. 그는 “운동 삼아 골프를 친다. 끝나고 나서 밥 맛있게 먹고, 막걸리 한잔하는 재미에 한다”고 말했다.
말과 달리 필드에만 서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어김없이 나온다고 한다. 제자들과의 대결에서도 절대 양보란 없다. 그는 “내기 골프를 하면 주로 이기는 쪽”이라고 했다. 제자들은 “감독님에 대한 예우로 져주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평생을 야구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금도 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작년까지 직접 운전을 해 충북 진천 등 초등학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잘 가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라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잘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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