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곧 인구 5%가 외국인”… 우리도 ‘다인종·다문화 국가’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0시 09분


지난달 말 한국 거주자 중 외국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인 5%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빠르게 늘고 있어 내년엔 명실상부한 다인종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일찍부터 이민을 받아들인 북미·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하고 외국인 비중이 5%를 넘는 나라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외국인과 공존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말 한국의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 5137만 명의 4.89%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작년 3.8%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은 물론이고 건설현장,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없인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커졌다. 대도시의 음식점, 지방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43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5.7%로 이미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 셈이다.

산업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학이 수두룩하다. 수도권 대학 대학원들도 유학생을 빼면 연구실을 꾸리기 어렵다. 한국에 앞서 청년인재 부족을 겪어온 일본은 이런 이유 때문에 정보기술(IT) 종사자,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가산점을 줘 비자 취득을 독려하는 등 ‘외국인에게 선택받는 나라’가 되겠다고 한다.

기업의 급박한 요청에 우리 정부도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더디고, 외국인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할 이민청 설립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반면 작년 OECD 38개 회원국에 유입된 해외 이민자는 6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침체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다수 선진국이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하며 외국 인력 유입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내 중소기업의 93%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를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올해와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OECD가 경고한 이유 중 하나가 노동력 부족이다. 주변 사람 2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의 문턱에 들어선 만큼 사회·문화적 통합까지 고려한 중장기 이민정책 수립을 더 미뤄선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다인종#다문화#국가#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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