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식당 취재가 잦다. 식당 운영은 미묘하고 섬세한 종합예술이다. 식당은 조리와 접객과 공간 운영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돌아가는 야전 경영 현장이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할 게 많다. 맛도 내야 하고 음식도 예뻐야 하고 직원 교육도 잘되어 있어야 하고 공간도 멋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깨끗해야 한다. 이런 분들을 취재라는 이름으로 만나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잘되는 곳들의 의외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맛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직원의 흉을 보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사람을 뽑는 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썼다. 커피 맛과 브랜딩으로 유명한 어느 커피숍 대표는 한 명만 면접을 봐도 사장단 전원이 모인다고 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명소가 될 정도로 멋진 카페들을 운영하는 커피숍 대표는 될 때까지 계속 사람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어느 일본 라멘집 이사는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까지 교육하고, 그걸 알아주는 직원에게 보상도 잘 해준다고 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는 식당도 마찬가지인데 그게 쉽지 않다. 식당 등 영세 사업체에서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는 생각보다 난도가 높다. 현장에서 본 바에 따르면 요즘 한국인들은 식당 일처럼 궂은일을 기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고용하는 아르바이트나 외국인은 동기부여나 직원 관리가 쉽지 않다. 그 사이에서도 잘되는 곳들은 좋은 사람을 찾아내어 그들끼리 성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내가 본 곳들은 우선 식음료 업장으로의 특징이 확실했다. 수준 높은 맛을 구현했고 원칙에 입각해 캐릭터와 이미지를 잡았다. 즉, 현 직원이나 잠재 구직자가 보기에 ‘저기선 뭔가 배울 게 있겠다’ 싶은 게 있었다. 이들은 동기부여와 인사에도 열중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사와 면접에 공을 들이거나 꽤 많다 싶을 정도로 보상을 주었다. 이 모든 요소가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있었다. 조직 내외부의 누가 봐도 합리적으로 보이는 식당 운영과 직원 보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 직원 흉을 보는 사장님들이 있다. 이쪽 사정도 다 일리는 있다. 요약하면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고 법은 이상하고 손님들은 수준이 낮다. 직원과 세상과 고객을 계속 비난하면서도 음식 맛을 자랑하는 어느 식당에 가 본 적도 있다. 뭔가 가라앉은 분위기에 무엇보다 사장님이 현장에 없었다. 사장님이 현장에 있는 게 맛과 분위기의 기본이다. 그래서 오래된 유명 식당에 귀금속을 휘감은 사장님들이 경기 중의 축구 감독처럼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 빼고 다 비난하는 그 식당에 다시 가지 않는다.
요식업이 어려울 건 확실하다. 불황도 상수고 각종 규제도 상수다. 내년엔 국제 전쟁과 불황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칠 테니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미래를 예측할 순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누군가는 잘한다. 비겁한 수를 쓰지 않고도 어떻게든 묘수를 찾아내어 새로운 뭔가를 구현한다. 모든 어려움이 상수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역시 상수다. 식당만의 일은 아닐 것이며, 나 역시 이분들께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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