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식당의 특징[2030세상/박찬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23시 39분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식당 취재가 잦다. 식당 운영은 미묘하고 섬세한 종합예술이다. 식당은 조리와 접객과 공간 운영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돌아가는 야전 경영 현장이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할 게 많다. 맛도 내야 하고 음식도 예뻐야 하고 직원 교육도 잘되어 있어야 하고 공간도 멋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깨끗해야 한다. 이런 분들을 취재라는 이름으로 만나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잘되는 곳들의 의외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맛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직원의 흉을 보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사람을 뽑는 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썼다. 커피 맛과 브랜딩으로 유명한 어느 커피숍 대표는 한 명만 면접을 봐도 사장단 전원이 모인다고 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명소가 될 정도로 멋진 카페들을 운영하는 커피숍 대표는 될 때까지 계속 사람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어느 일본 라멘집 이사는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까지 교육하고, 그걸 알아주는 직원에게 보상도 잘 해준다고 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는 식당도 마찬가지인데 그게 쉽지 않다. 식당 등 영세 사업체에서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는 생각보다 난도가 높다. 현장에서 본 바에 따르면 요즘 한국인들은 식당 일처럼 궂은일을 기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고용하는 아르바이트나 외국인은 동기부여나 직원 관리가 쉽지 않다. 그 사이에서도 잘되는 곳들은 좋은 사람을 찾아내어 그들끼리 성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내가 본 곳들은 우선 식음료 업장으로의 특징이 확실했다. 수준 높은 맛을 구현했고 원칙에 입각해 캐릭터와 이미지를 잡았다. 즉, 현 직원이나 잠재 구직자가 보기에 ‘저기선 뭔가 배울 게 있겠다’ 싶은 게 있었다. 이들은 동기부여와 인사에도 열중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사와 면접에 공을 들이거나 꽤 많다 싶을 정도로 보상을 주었다. 이 모든 요소가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있었다. 조직 내외부의 누가 봐도 합리적으로 보이는 식당 운영과 직원 보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 직원 흉을 보는 사장님들이 있다. 이쪽 사정도 다 일리는 있다. 요약하면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고 법은 이상하고 손님들은 수준이 낮다. 직원과 세상과 고객을 계속 비난하면서도 음식 맛을 자랑하는 어느 식당에 가 본 적도 있다. 뭔가 가라앉은 분위기에 무엇보다 사장님이 현장에 없었다. 사장님이 현장에 있는 게 맛과 분위기의 기본이다. 그래서 오래된 유명 식당에 귀금속을 휘감은 사장님들이 경기 중의 축구 감독처럼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 빼고 다 비난하는 그 식당에 다시 가지 않는다.

요식업이 어려울 건 확실하다. 불황도 상수고 각종 규제도 상수다. 내년엔 국제 전쟁과 불황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칠 테니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미래를 예측할 순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누군가는 잘한다. 비겁한 수를 쓰지 않고도 어떻게든 묘수를 찾아내어 새로운 뭔가를 구현한다. 모든 어려움이 상수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역시 상수다. 식당만의 일은 아닐 것이며, 나 역시 이분들께 많이 배운다.

#라이프스타일#식당 운영#종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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