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고교 체육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초등 1, 2학년 체육 시간을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늘리고 미술·음악과 ‘즐거운 생활’로 묶여 있는 체육을 독립 교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학교는 2025학년도부터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136시간으로 30% 확대하고,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고교에서도 체육 수업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별도의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매일 1시간씩 숨이 가쁜 정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WHO가 146개 국가 11∼17세 학생들의 운동량을 비교한 결과 한국 학생들의 경우 권장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다(2019년). 지난해 10대 학생들 중 주 1회 30분 이상 운동한 비율은 53%로 70세 이상 고령자보다도 낮았다. 코로나로 활동량이 줄면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학생 비중이 30.5%로 늘어나고 저체력으로 분류된 학생도 16.6%로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덩치 큰 약골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 신체 활동이 균형 잡힌 성장과 평생 건강의 기초가 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을 길러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들의 운동량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체육 시간이 적지 않지만 실제로는 시설이 부족하거나 안전사고를 우려해 교실에서 이론 수업으로 때우는 학교가 많다. 특히 1, 2학년은 오래전부터 체육 과목이 음악·미술과 통합돼 있어 교사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체육 수업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고교도 체육 시간의 상당 부분을 자습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정 체육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육 교육이 체계적으로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시설과 프로그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학교 체육 교육이 부실해지면서 수영 축구 태권도 등 체육 활동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기초 체력과 스포츠 역량마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정신질환과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땀을 흠뻑 흘리며 뛰놀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처방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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