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갔던 조각가 해럴드 마이어로위츠. 이혼을 몇 번 거치며 각각 다른 전처에게서 삼남매를 두었다. 여든이 되었건만 여전히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다. 변호사로 잘나가는 막내아들만 편애하고, 가난한 딸과 장남에게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멀리 사느라 잘 찾아오지도 않는 막내와 달리 딸과 장남은 수시로 들여다보고, 기꺼이 수족이 되어주지만 고마워하기는커녕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평생 그래 왔다. 컴퓨터 비밀번호도 막내 이름이고, 장남이 관절염으로 다리를 심하게 저는데도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식과 대화하다가도 자신의 관심사가 변하면 불쑥 맥을 끊고 다른 얘기로 건너뛴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돋보여야 한다. 딸과 장남이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못마땅할 뿐이다. 아버지의 이런 차별 탓에 장남은 막내를 어려워하고 눈치를 본다.
딸과 장남은 아버지로부터 따뜻한 말 한 마디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건 불평과 불만뿐인데도 왜 이리 헌신적일까? 사랑받지 못한 자식일수록 성인이 되어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다. 단 한 번이라도 사랑받고 싶어서 곁을 맴돌며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소망한다. 냉정한 아버지가 한 발자국만 다가와 주기를. 그럼 단숨에 달려가 안아 드릴 텐데.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버지는 다가올 생각이 없고, 자식은 기다림에 지쳐 다시 다가가고 또 이용당하고 상처받는다.
이기적인 아버지로부터 총애받는 막내는 아버지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지만, 천덕꾸러기로 자란 장남은 아버지를 천재 조각가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음 무시와 차별을 견디고 살아온 자신의 삶이 초라해지니까. 천재도 아닌 남자의 온갖 횡포를 고스란히 받아주고 산 자신은 뭐란 말인가? “아버지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면 차라리 낫겠어. 그럼 평생 미워할 텐데, 매일 자잘한 잘못만 하니까 더 힘들어”라는 장남의 고백은 요즘 말로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 자기를 평생 괴롭힌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죄책감을 갖는 장남. 하지만 고운 심성의 그도 마지막엔 더 이상의 무시를 못 참고 아버지를 떠난다.
아이들은 냉정한 부모로부터 딱 한 번만 온정을 받아도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부모일수록 자식이 백만 번 사랑을 줘도 소중한 줄을 모른다. 해럴드는 자식에게 백 가지 잘못을 해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장남은 이런 아버지에게 수없이 잘해 드리다가 딱 한 번 반항을 했음에도 죄책감을 갖는다. 아마도 장남은 아버지에게 다시 돌아갈 것 같다. 여전히 아버지를 자신의 삶의 최우선에 두고 애쓸 것 같아 씁쓸하다. 더스틴 호프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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