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급증 여파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지급했다가 떼이는 돈이 늘고 있어서다. HUG의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보증 발급이 중단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전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들어 8월까지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전세금(대위변제액)은 2조 원을 돌파했다. 2013년 보증상품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치 누적액에 육박한다.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세입자들이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 사고가 급증한 탓이다. HUG는 이 같은 대위변제액을 2∼3년에 걸쳐 채권 추심이나 경매 등으로 회수하지만 회수율은 매년 떨어져 올해는 10%대까지 내려왔다.
특히 지금까지 HUG가 악성 임대인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보증금은 1조5400억 원을 넘어섰다. 전세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어 HUG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악성 임대인은 2020년 83명에서 현재 370여 명으로 급증했다. 전세사기 주범인 이들이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까지 파탄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올 상반기 HUG의 순손실은 1조3200억 원을 웃돌며 1년 새 7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 연간 순손실이 3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전세금 미반환 보증 사고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HUG의 전세보증 규모가 12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놓인 가구가 49만 채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HUG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반환보증이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민들의 전세금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지 않도록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전세보증 사고의 리스크를 집주인 대신 HUG가 모두 떠안는 보증 체계를 손질하는 한편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 악성 임대인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다시는 전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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