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리벤지 매치 유력… 승부처 표심 바이든 미세 유리[글로벌 이슈 읽기/하상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일 23시 42분


1년 앞둔 미국 대선 현황은

9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밴뷰런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밴뷰런=AP 뉴시스
9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밴뷰런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밴뷰런=AP 뉴시스
《내년 11월 5일 치르는 제60회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국내 정치 차원에서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지 여부가 달려 있다. 그리고 국제 정치 차원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대표되는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 미국 정치가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답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뉴페이스 찾기 힘든 ‘되돌이표 대선’
미시간주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2020년에는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긴 경합주로, 바이든은 이 지역 백인 노동자들 
표를 얻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이오와주 수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집회에서 대선 유세를 
벌였다.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이 치러지는 곳으로, 공화당의 첫 경선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수시티=AP 뉴시스
미시간주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2020년에는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긴 경합주로, 바이든은 이 지역 백인 노동자들 표를 얻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이오와주 수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집회에서 대선 유세를 벌였다.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이 치러지는 곳으로, 공화당의 첫 경선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수시티=AP 뉴시스
첫째,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격돌이 성사되는가?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우선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42년생으로 나이가 지나치게 많고 전국 단위 지지율이 50% 이하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말고 다른 정치인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경우 당내 정치인이 도전하지 않는 관행이 하나의 이유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보다 더 나은 후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은 사회문화 현안에서 민주당이 지나치게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공격해 왔다. 여성, 성소수자, 그리고 인종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도한 나머지 백인, 남성, 이성애자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일부 공화당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 전쟁’으로부터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나이가 많은 백인 남성 이성애자인 바이든이 출전한 선거에서 민주당의 사회문화 현안에서의 급진성을 문제 삼는 선거운동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들은 흑인 여성(카멀라 해리스), 동성애자(피트 부티지지), 혹은 잘 알려진 급진 좌파(버니 샌더스, 개빈 뉴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이기 때문에 공화당 보수 진영의 공세에 그대로 노출되기 쉽다.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통해 공화당에게 먹잇감을 줄 리 없다.

트럼프의 인기 비결은 공화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의 부진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 초 공화당 내 유력 후보로 관심을 끌었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 외 다른 후보들(니키 헤일리,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등)의 지지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 트럼프가 독주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후보들 입장이 트럼프 입장과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3분의 2가량이 2020년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차별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은 ‘원조’ 트럼프를 ‘아류’ 트럼프들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정계를 뒤흔든 연방 하원의장 축출 및 재선출 과정을 살펴보면 공화당 내 트럼프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경합주 중간선거 민주당 압승

둘째, 2024년 선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재격돌한다면 누가 승리할 것인가? 현재까지 정보를 모아 보면 바이든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통령 선거의 승자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보다 경합주 민심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2016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트럼프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1%포인트 미만의 득표율 차로 승리했다. 2020년 선거에서는 바이든이 이 3개 주를 모두 탈환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도 1%포인트 미만의 득표율 차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20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조금 바뀐 선거인단 구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2024년에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지더라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 된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되려면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는 반드시 이기고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중에서 적어도 하나의 주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문제는 5개 경합주 상황이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2년 중간선거 때 트럼프는 경합주 주지사 선거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적극 개입해 자신이 낙점한 후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후원을 받은 후보들이 거의 모두 낙선하고 만다. 구체적으로 애리조나의 주지사 후보와 연방 상원의원 후보, 조지아의 연방 상원의원 후보, 미시간의 주지사 후보, 펜실베이니아의 주지사 후보와 연방 상원의원 후보,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가 모두 패배했다. 위스콘신 연방 상원의원 후보 한 명만 트럼프를 등에 업고 경합주에서 당선됐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면 선거운동의 논리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바이든은 잃어버렸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를 되찾아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쇠락한 중공업 지대라는 특징을 갖는 이 지역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모든 화력을 중산층 재건에 집중했다. 임기 첫 2년간 통과시킨 인프라법, 반도체육성법,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주요 내용이 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관돼 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파업 중인 자동차 노조원들을 찾아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를 위한 외교정책”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국내 정치 논리를 대외정책까지 확장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연 대국민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연방의회에 요구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재원이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전쟁 중인 우방국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12개 주에 펼쳐져 있는 무기 공장들을 가동하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 정도로 현재 미국의 외교정책은 선거운동의 함수다. 바이든 행정부의 모든 행보는 2024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회선거 포함해 정치 변화 대비해야

셋째,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해 연방의회 선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미국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연방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분점정부가 형성되면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 분점정부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대로 정국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보통 행정명령에 의존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연방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곤 한다.

따라서 재선에 성공한 바이든 혹은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 트럼프가 원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다수당이 각각 민주당 혹은 공화당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의회 내 다수당이었던 2021년과 2022년에 굵직한 법들이 제정된 데 반해 공화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이 된 2023년에는 아무런 입법 진척은 없으면서 오히려 정부 폐쇄의 위험성이 큰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설사 트럼프가 2024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연방 상하원 중에 한 군데라도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다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국을 운영하긴 어렵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인지, 그리고 어느 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것인지를 고려하면 총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현상 유지와 트럼프의 당선을 염두에 둔 플랜B의 이분법을 넘어서 보다 입체적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대선#리벤지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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