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5년간 해마다 700명씩 증원해온 간호대 입학정원을 한시적으로 약 10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의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가중되는 간호사 수급난을 해소하고 고령화에 따른 간호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올해 간호대 입학정원은 2만3183명인데 복지부는 대학별 증원 규모를 정한 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는 4.9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명)의 62%에 불과하다. 간호사도 지역별 쏠림이 있어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가 전국 평균치를 밑도는 시도는 경기 인천 강원 충남북 경남북 제주 울산 세종 등 10곳이다. 미국은 간호사 1명이 환자 5.3명, 일본은 7명을 담당하는 데 한국은 간호사 1명이 환자 16명을 돌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 강도를 지금의 80%로 완화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5년까지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간호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은 임상 간호사 수는 적지만 간호대 졸업생 수는 인구 10만 명당 43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32명)보다 오히려 많다. 의사는 현업 종사자 비율이 83%가 넘는데 간호사 면허를 가진 48만1000명 중 임상 간호사 비중은 53%밖에 안 된다. 양호교사 119소방대 등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있지만 쉬고 있는 ‘장롱 면허자’가 10만6000명이다. 어렵게 공부해 간호사가 되고도 3교대의 고된 근무와 낮은 급여를 견디지 못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다.
간호대 증원 효과를 보려면 간호 보상을 현실화하고 근무 방식도 3교대 말고도 2교대나 고정근무 등으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현업에 있는 간호사들은 급여와 복지 수준이 나은 대학병원에만 몰리고 있다. 지방병원 간호사에 가산 수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간호대 입학정원이 16년간 2배로 늘면서 부속병원이 없는 대학도 많아졌다. 교육과 임상 실습 여건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정해야 간호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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