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K팝, K드라마, K뷰티의 도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인 BTS의 근거지이자 영화 ‘기생충’이 탄생한 곳…특히 팬데믹 이후 인기가 급상승한 카리스마 넘치는 도시.”
관광·부동산 부문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저넌스 컨설턴시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100대 도시 보고서’(2024년 판)에서 최초로 10위 안에 포함된 서울에 대해 묘사한 설명이다. 이 컨설팅 업체는 매년 100만 명 이상 인구를 가진 세계 주요 도시를 환경, 기관 및 인프라, 문화, 다양성, 경제, 인지도 등 6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분석하는데 서울이 최근 3년 새 42위→26위→10위로 순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11∼13위를 차지한 유럽의 관광 명소, 로마 프라하 마드리드를 제칠 정도로 서울의 ‘몸값’이 올라간 데는 이 리포트의 해석대로 ‘K컬처’로 불리는 문화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살펴보면 K컬처에 힘입어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미 경복궁이나 인사동 같은 전통적인 관광 코스를 벗어나 ‘현지인 감성(local vibe)’을 찾고 있다. 드라마나 K팝 스타들의 일상 콘텐츠에서 본 생활 공간들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을 대표하는 남성·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뽀빠이’는 올해 7월호 주제를 서울로 정하면서 로컬 색채가 강한 용산, 망원동, 한남동, 성수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조회수가 높은 서울 여행 콘텐츠도 주로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것들이다. ‘편의점에서 산 얼음컵에 바나나우유와 커피 섞어 마시기’ ‘빵이 맛있는 카페 찾아다니기’ 등이 킬러 콘텐츠로 꼽히고 있다.
서울의 매력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최근 행보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올 4월 루이비통이 한강의 잠수교를 런웨이로 꾸민 것을 비롯해 구찌 디오르 등 대표적 브랜드들도 앞다퉈 서울을 글로벌 행사의 개최지 1순위로 꼽고 있다. 전통과 현대성을 모두 품고 있어 명품의 속성인 헤리티지와 혁신성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서울만 한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행보다.
이처럼 유명 글로벌 기업들마저 서울이란 도시 브랜드를 활용하는 시기, 한국 기업들도 서울의 높아진 위상을 기회 삼아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 관광의 대표 명소로 꼽히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이를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관행대로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으로 명명하지 않고 점포 이름으로 ‘서울’이란 브랜드를 선점하는 한편, 팝업스토어 등으로 서울 감성을 적극 반영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서울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인종 차별, 바가지 등 부정적인 경험을 겪은 뒤 실망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도시도 ‘명품’이 되려면 명품의 미덕인 고유성, 창의성과 더불어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감정적 교류, 서비스 정신을 장착해야 한다.
바야흐로 서울이 ‘대세’가 된 시대. 이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기 위한 ‘서울 활용법’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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