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정정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에 임시 접근차단 조처를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올 6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개정안은 언론중재위가 정정보도 청구를 받으면 해당 보도에 대한 온라인상의 접근을 최장 30일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권위는 “정정보도 청구만으로 보도에 대한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고 국민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봤다.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위헌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권위의 의견은 사실상 폐기하라는 권고를 에둘러 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생명은 ‘시의성’이다. 어느 보도에 대해 30일간 접근을 차단하는 건 그 보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진짜인지 가짜인지 식별하기 힘든 조작 정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검경 등 수사기관이 재판 단계 전에 사실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언론에 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대로 거짓 인터뷰 등을 통해 있는 사실을 없는 사실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공작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뉴스가 퍼질 경우 선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언론중재법에서도 인터넷 뉴스 사업자는 정정보도 청구를 받을 경우 지체 없이 청구가 있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언론중재위를 확대·개선해 중재 처리를 더 신속히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허위 조작정보의 폐해를 막으면서 언론 자유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청구만으로 보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는 건 언론 자유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갖추지 못한 발상이다.
민주당은 2021년에도 다수 의석을 앞세워 민법이 정한 손해배상의 틀 밖에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 적이 있다. 각계 비판 여론에 무산됐는데 이번에 또 위헌적인 개정안을 발의한 셈이다. 말할 자유는 모든 자유의 기초다. 이를 침해할 소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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