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 해충인 빈대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대구의 한 대학 기숙사와 인천 찜질방에 출몰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서울 가정집에서도 발견됐다. 외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숙박 시설과 찜질방, 고시원 등에서 빈대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의 한 방역업체가 이달 서울에서 방역을 진행한 지역만 25개 구 중 절반 이상인 13개 구에 달한다고 한다.
빈대의 급속한 증가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여행자가 증가하면서 빈대가 국경을 넘어 번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파리 여름올림픽 기간에 60만 명 안팎의 해외 방문객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도 1960년대 독성이 강한 DDT 살충제 살포로 사라지는 듯했던 빈대가 40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실제 빈대가 확인되지 않은 곳까지 ‘빈대 공포증’이 급속히 번지는 상황이다.
최근 재등장한 빈대는 끈질긴 생명력에 살충제 내성까지 강해진 탓에 없애기가 훨씬 어려워진 게 특징이다. 그만큼 방역도 더 강화돼야 하지만 당국의 대응 수준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환경부에서 전달받아 살충제 목록을 안내했지만 빈대가 원액 수준의 농도에도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들이었다고 한다.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성분의 살충제를 방역에 쓰라고 안내한 셈이다. 다중이용업소들이 방역비 부담과 이미지 실추, 영업 지장 등의 이유로 빈대 신고를 꺼리는 것도 방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부 발진, 가려움증, 심리적 피로감과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은 더 늘어났다.
빈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보다 신속하고 선제적인 방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숙박시설 등지의 지속적 점검과 위생 취약시설 관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는 작업이 요구된다. 각 가정에서 매트리스나 침구류, 소파 틈새를 주기적으로 고열 스팀으로 청소하는 등 개인 방역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빈대 몇 마리가 공중보건 위기로까지 번지는 일이 없도록 민관이 함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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