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 씨가 탈주했으나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체포돼 서울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머물다가 2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유치장에 있을 당시 플라스틱 숟가락 일부를 삼킨 이후 복통을 호소했다. 결국 2일 오후 8시 반경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입원 사흘째 화장실 사용을 이유로 잠시 수갑을 풀어준 틈을 타 오전 6시 20분경 탈출한 것이다.
김 씨는 환전을 미끼로 만난 피해자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7억4000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특수강도 혐의자가 숟가락을 삼키는 이상 행동으로 구치소를 벗어날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보고 감시의 수위를 다른 경우보다 훨씬 높여야 했다. 김 씨가 옷까지 갈아입고 도주한 것은 그만큼 감시의 끈이 느슨했다고 할 수 있다. 경찰 신고도 도주 후 1시간 만에 이뤄졌다.
김 씨는 탈주 후 안양 부근에 머물지 않고 택시를 타고 경기 의정부로 갔다가 양주, 서울 노원역과 뚝섬유원지역, 고속터미널역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에선 30대 여성 지인이 택시비를 내줬고, 양주에선 친동생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마치 도주 계획을 미리 짠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경기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김 씨의 현재 행방을 경찰 등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탈주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피의자나 범죄자가 궁지에 몰리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과 교정당국은 5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거는 한편으로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서 범인 검거에 나섰다. 방심과 태만으로 탈주를 막지 못해 인력과 세금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김 씨 검거가 우선이지만 교정당국은 이번 탈주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인력 배치나 동선 등에서 무엇이, 어떻게 부족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보완해야 한다. 중범죄 피의자에 대한 감시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시민들이 어떻게 공권력을 믿고 안심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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