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의 이목이 가자지구에 쏠려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여 지상과 지하에서 하마스의 공격 거점을 조직적으로 제거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10월 7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을 기만하고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최신예 저고도 요격체계와 첨단 방호벽을 막대한 수량의 로켓 공격과 조악한 드론 공격으로 무력화하면서 침투에 성공하여 야만적인 공격을 감행하였다.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수행해 온 조직이다. 6일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에 설립된 무슬림형제단 지부에 뿌리를 둔 하마스는 1987년 이스라엘을 제거하고 이슬람국가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창설되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주도하면서도 가자지구에서는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고 위생시설을 운영하는 등 사회복지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연유로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에서 다수당으로 등극하였다.
하마스가 불을 댕긴 이번 전쟁은 하이브리드 전쟁의 범주에 속한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발생한 제2차 레바논 전쟁을 관찰한 프랭크 호프먼 장군은 당시 헤즈볼라의 전쟁이 전통적인 정규군 전술, 테러리즘, 범죄 행위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마스는 테러리스트 조직이면서 정규전과 유사한 조직을 구성하여 작전을 수행한다. 지상작전 초기에 사살된 하마스 지휘관 아셈 아부 라카바는 무인기와 패러글라이더 운용, 그리고 공중 감시와 방공을 담당하였었다. 이는 하마스가 일반적인 국가의 정규군처럼 영역에 따라 전력을 구성하고 운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하마스는 이스라엘 도시를 포격할 수 있는 저가의 깟삼 로켓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자살폭탄 테러리즘 공격을 위한 풍부한 인적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원칙적으로 민간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며 인질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가자시티에 아직 많은 민간인이 남아 있고 240여 명에 달하는 인질들의 위치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을 전개해야 하는 이스라엘군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2차 레바논 전쟁에서의 교훈을 살려 지상전투 능력을 보강하고 땅굴 소탕을 위한 첨단 전력을 투입하여 전투를 수행하고 있으나 건물의 잔해와 땅굴을 이용하여 저항하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문제는 민간인 피해가 클수록, 작전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스라엘은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되고, 전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으며,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과학화된 장비에만 의존하는 것의 문제, 방공 요격체계의 한계, 정보의 중요성, 도시지역 작전의 실상, 그리고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전쟁의 양상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 전쟁을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위기의 가능성을 짚어보고 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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