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이균용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조 후보자는 34년간 판사로 근무하면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대법관을 지냈다. 판사 재직 중에는 법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원칙주의자로 평가됐고, 대법관 퇴임 후에는 로펌에 가는 대신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일해왔다.
조 후보자는 지명 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헌법이 정한 틀 안에서 대법원장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고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에 따라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지명 후 취재진과 처음 만나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을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에 정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게 사법부의 현실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헌법이 요구하는 대로 사법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게 새 대법원장의 제1과제다.
개혁을 위해선 중립성·독립성 확보 외에도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 시각에서는 재판 지연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법원장 추천제 도입 등으로 느슨해진 법원의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김명수 코트’에서 진보 성향 연구모임 출신 판사들이 요직에 대거 배치되면서 빚어진 인사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 조 후보자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와 리더십,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국회의 검증을 통해 가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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