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박웅현 ‘여덟 단어’ 중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이자 인문주의자인 저자는 책을 통해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버스는 누구나 맹목적으로 좇는 목표를 뜻합니다. 그런 버스를 좇느라 정작 당장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쳐다보지 않은 채 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행복을 목표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행복이란 슬픔, 환희, 비탄과 같은 감정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감정은 순간순간의 과정이지 종착역은 아니니까, 우리는 행복을 목표로 하기보다 행복하기 위해 순간순간 노력해야 할 테지요.
삶에 정답은 없습니다. 오늘날 과학은 생명의 근원인 빛도 만물의 근원인 원자와 전자조차도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입자와 파동은 양립 불가능한데도 말입니다. 이는 극과 극은 통하며 모든 것에 정답은 없음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현대철학의 주요 사조도 인간이란 태어난 목적 없이 그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그래서 나의 가치도 나의 선택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각자 자유롭게 결정하는 데 정답이 없고, 행복도 순간순간의 감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삶과 줄 서기는 지양해야 하는 삶 아닐까요. 울릉도에서 지질공원 해설사 일을 하다 보면 원시의 자연을 보고 느끼기보다 ‘관광명소 어디 어디 찍었다’에 더 뿌듯해하는 육지 손님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는 새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찬란한 햇살과 속살을 간질이는 바람의 내밀한 속삭임을 놓치게 되나니. 모두가 찰나의 감각을 느끼며 웃음을 머금고 살기를, 그렇게 조금씩 영그는 행복을 느끼기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