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두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막말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오해도 많이 받고 망가질 겁니다. 어느 언론을 보니 저를 엄청 씹던데 대츠 오케이(That’s okay). 나 하나 망가지고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변화 있으면 좋은 겁니다.”
지난달 27일 본보 신나리 기자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그가 위원장에 임명된 지 4일 만이었다. 그날 인터뷰 전문을 보며 이 대목이 눈에 띄었다. 그가 두 달을 얘기한 건 혁신위 임기를 가리킨 것이다.
그는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나는 혁신위가) 뭘 주문하면 그걸 전달하는 도구다.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2주가 지난 지금 인 위원장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화법과 행보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인 위원장을 아는 인사에게 그가 어떤 인물인지 물었다.
“말을 빙빙 돌리지 않아요. 정해진 형식보다 자신이 원하는 실질적인 대답을 듣기를 원하는 아주 직선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는 “웬만한 정치인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라며 “상대를 격의 없이 부둥켜안는 포용력이 있다”고도 했다.
이 인사는 인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그가 정치 경력이 없는 의사라는 면에서만 생각하면 그의 발언에 호응을 받지 못할 부분이 있고 비토 세력이 많겠지만 정치가 바뀌길 원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 좋은 실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인사의 말처럼 인 위원장의 정치적 직설적 화법과 감각은 여권의 판을 흔들고 있다. 위원장 임명 직후 통합을 얘기한 그는 곧바로 희생을 화두로 들고나왔다. 그가 내놓은 친윤·당 지도부·영남 중진의 불출마, 수도권 험지 출마는 여당 공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엔 정치인이 희생한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위해) 희생했다. 그걸 엎자는 것이다. 국민이 희생을 그만하고 정치인이 희생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 입장에선 불출마,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지만 국민 눈높이에선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정말 자신을 내려놓을 용기가 있는지 가늠할 키워드인 것이다.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미워하지 말자는 인 위원장은 무작정 이준석 전 대표를 찾아갔다. 영어를 쓰며 인 위원장을 거부한 이 전 대표를 ‘젊은 꼰대’로 보이게 만들었다. 당 지도부와 갈등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다.
인 위원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가면 갈수록 우리 당(국민의힘) 안에서 곤혹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20%는 꼴통 보수고 20%는 꼴통 좌익”이라며 “60%가 선거의 결론을 낸다”는 대목은 표현은 거칠었지만 어떻게 해야 유권자의 마음을 살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인 위원장은 “완전히 망가지고 멍들어도 일만 잘하면 된다. (혁신위가 끝난 뒤) 뒷방에 앉아서 TV를 보면서 ‘참 보람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갑 출마가 거론된 데 대해서는 “나는 내려놓았다. 서대문갑 유혹 받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없어져 버렸다. (혁신위) 끝나는 날까지 올인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정치와 다른 화법과 스타일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다음 달 혁신위가 일을 마무리할 때 인 위원장이 던져 놓은 각종 화두가 말만으로 그친다면 그 역시 실패하는 것이다. 그의 행보가 ‘정치인 인요한’의 몸값을 높이는 데만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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