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개미’ 표심을 잡기 위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 이튿날 전격 시행한 데 이어 이젠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검토 중이다.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바꿔 초고액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이미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담겼던 사항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려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얽히면서 무산됐다. 야당이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미뤄 주는 조건으로 주식 양도세 현행 기준 유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유예가 더 급했던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주식 양도세 완화를 다시 꺼내든 바탕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연말마다 국내 증시에선 큰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보유액을 과세 기준 밑으로 낮추려고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의 ‘매도 폭탄’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개미들 사이에선 애꿎은 소액 투자자만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올 연말에는 대량 매도를 줄여 주가 하락을 피해 간다면 개미들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전면 금지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들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주가를 떨어뜨려 돈을 벌고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하는 건 이상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 한다”는 여당의 목표가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 안팎에선 개미들 중에서도 2030세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증시 부양으로 개미 표심을 잡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30세대에겐 투자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 중 20, 30대는 전체의 33%인 464만 명이었다. 21대 총선이 치러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말(145만 명)보다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문제는 경제 정책의 정치 과잉이 도가 지나쳐 원칙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주식 양도세 완화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처음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처럼 양도세 완화 또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고쳐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또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며 선거를 위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만 벌써 그 말을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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