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마라톤 시작, 이젠 한반도 308km 횡단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6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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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애 씨가 인천대공원에서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 16년 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이제 한반도 횡단 308km를 완주할 만큼 ‘철녀’로 거듭났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미애 씨가 인천대공원에서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 16년 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이제 한반도 횡단 308km를 완주할 만큼 ‘철녀’로 거듭났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박미애 씨(45)는 지난달 초 인천 강화군 창후리 선착장에서 출발해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 308K를 3박 4일에 걸쳐 완주했다. 정식 완주로 인정해 주는 제한시간 67시간을 3분 남겨 놓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6년 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던 그가 이젠 100km 이상을 거뜬히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가 됐다.

“2007년쯤 회사 다닐 때 팀장님이 ‘함께 달리자’며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팀원 중 1등에게 포상금을 준다’고 해서 달리기 시작했죠. 마침 아이들 낳고 살이 쪄 고민이었는데 다이어트도 하고 포상금도 받겠다는 욕심으로 나서게 된 겁니다.”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마라톤이란 걸 전혀 모를 때였다. 약 석 달 정도를 거의 매일 저녁 집 앞 공원을 열심히 달렸다. 하루 1시간씩 3km, 5km, 6km로 차츰 거리를 늘렸다. 어느 순간 10km도 거뜬히 뛰게 됐다. 처음 출전한 하프마라톤에서 2시간 초반대로 완주했고 포상금을 받았다. 그때 달리는 재미를 붙였다. 달리다 보니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함께 달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동호회를 찾았다. 집 근처(인천 부천)에 ‘두발로 러닝클럽’이 있어 가입해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새벽 인천대공원에서 함께 달리고 있다.

박 씨는 마라토너에게는 필수라는 그 흔한 손목시계도 아직 없다. 그냥 몸이 허락하는 대로 자유롭게 달리는 게 좋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많이 뛸 땐 풀코스만 1년에 10회 이상 달렸지만 기록과 완주 횟수는 그의 머릿속에 없다. 그는 “내가 완주했다는 게 중요하지 그런 숫자가 뭐가 대수인가”라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마라톤 대회가 사라졌을 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잠시 빠졌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2021년 10월 전북 내장산에서 산을 타다 넘어져 치아 3개가 부러진 것이다. 입술 근처를 25바늘이나 꿰맸다. 트레일러닝을 포기하고 100km 이상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벌써 100km만 4번 완주했다. 기록은 11시간대.

“마라톤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는데 풀코스는 인생치고 너무 짧은 시간에 끝나는 단막극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트라마라톤에도 도전했어요. 힘들지만 참고 묵묵히 정진하며 완주했죠. 11시간 동안 100km를 달리는 건 제 삶에서 힘들었던 시간에 비하면 잠깐의 시간일 뿐이었죠. 지금까지 100km, 308km 어떤 거리든 ‘갈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마라톤을 하면서 도전정신이 생겼어요. 이젠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앞섭니다.”

박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체중을 13kg 감량했다. 그는 “이젠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과거엔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하기보다는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 성격이었는데 달리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강해졌다”고 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직업도 바꿨다. 회사를 그만두고 성희롱 성폭력을 예방하는 성교육 전문 강사가 됐다. 달리기를 즐겨 ‘하니 강사’로 불린다. 박 씨는 강사를 양성하는 한국인재양성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책 한 권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연히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책을 읽고 회사에 사표를 썼죠. 저는 학창 시절부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언젠가부터 삶에서 제가 사라졌다는 걸 그 책을 보고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고 싶었죠. 서비스 관련 강사를 하다 성교육 전문가가 됐습니다.”

박 씨는 ‘훈련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린다. 그래도 주 3, 4회 정도는 달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몸 컨디션이 별로 안 좋으면 달리지 않는다. 몸이 달리고 싶을 때만 달린다. 보통 10km 정도를 달리고, 한 달에 한 번 30km 이상을 달린다”고 했다.

박 씨는 대한민국 종단(537km, 622km),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막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생각하고 하나하나 성취하겠다”는 그는 “마라톤은 살도 빼고, 건강도 지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일석삼조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마라톤 덕분에 제 인생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달리기가 저에게 큰 활력소를 줬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달리기를 권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 보세요. 삶이 바뀔 겁니다.”

#박미애#인천대공원#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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