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나 해볼 만한 일이 세 가지 있다. 연합함대 사령관,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프로야구 감독이다.”
미즈노 시게오 일본 후지산케이그룹 회장(1899∼1972)이 남긴 말이다. 미즈노 회장은 1965년 ‘고쿠테쓰(國鐵) 스왈로스’를 인수해 프로야구 팀 구단주가 됐다. 그러니까 이 글 제목의 정답은 프로야구 구단주다.
미즈노 회장은 구단주가 된 뒤 ‘후지테레비’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에서 따와 팀 이름을 ‘산케이 아톰스’로 바꿨다. 아톰스는 구단 역사 6년 동안 센트럴리그 6개 팀 중 한 번도 4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미즈노 회장은 그래도 ‘차라리 내가 감독을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CNN 설립자로 유명한 테드 터너 구단주(85)는 달랐다. 197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사들인 그는 이듬해 팀이 16연패에 빠지자 데이브 브리스틀 감독(90)에게 휴가를 명하고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데뷔전 결과는 1-2 패배였다. 당시 38세였던 터너 구단주는 “다음 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며 이를 갈았다.
그때 MLB 사무국에서 ‘코칭 스태프는 구단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터너 구단주가 브레이브스 감독을 계속 맡으려면 구단 지분을 전부 팔아야 했다. 터너 구단주는 “이 규정을 어제 갑자기 만든 게 틀림없다”면서도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1100만 달러를 모아 MLB 팀을 살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팀 감독도 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터너 구단주 이야기가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 MLB 초창기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코니 맥 감독(1862∼1956)이 MLB 역대 최다승(3731승) 사령탑이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필라델피아(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그는 ‘잘릴 걱정’ 없이 1901년부터 50년 동안 애슬레틱스를 지휘할 수 있었다. 사실 맥 감독은 이긴 경기보다 패한 경기(3948번)가 더 많은 사령탑이었다.
이긴다고 잘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어도 그렇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선 해마다 새로운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나왔다. 이 기간 팀을 챔피언으로 만든 감독 7명 중 내년에도 같은 팀 지휘봉을 잡는 지도자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벌인 염경엽 LG 감독(55)과 이강철 KT 감독(57)뿐이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가 발전하면서 야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래도 감독이 팀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를 밝히겠다던 연구는 대부분 ‘거의 모든 감독이 자기 능력 또는 무능을 드러내기 전에 경질당하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내년에도 ‘자리를 걸고’ 지략 대결을 펼칠 프로야구 감독 10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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