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난항을 겪고 있다.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친윤 핵심들의 ‘희생’을 거듭 압박하자 김기현 대표는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견제에 나섰다. ‘윤심(尹心)’을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파열음을 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갈등 양상으로 치닫던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어제 만났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당의 혁신을 위해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계속 드리겠다”고 했고, 김 대표는 “취지나 정신, 원칙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혁신위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언급했다고 한다.
당초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김 대표는 1호 혁신안인 ‘대사면’ 의결 이후 최고위에 보고된 ‘중진 희생’ ‘세비 감축’ ‘청년 비례대표 50%’ 등 후속 혁신안부터는 수용을 미루고 있다. 그 사이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버스 92대로 산악회원 4200여 명을 동원한 행사로 보란 듯 세 과시에 나서는 등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혁신위에 대한 비토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다 난데없이 윤심이 어디에 있는지, 있긴 한 건지 등의 신경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60일로 예정한 혁신위 활동이 이제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만든 이유는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이 나왔고,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혁신위의 자기 희생 요구에 당 대표가 “내 처신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일축하거나 친윤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국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렇다고 인 위원장이 윤심을 끌어들인 것도 자기모순이다. 윤심 공방을 벌이는 순간 당의 혁신 논의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당의 모습에 대한 민심의 평가다. ‘윤심’이 아닌 ‘민심’의 요구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당과 혁신위 모두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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