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가. 게스트하우스라면 여행 가서 숙박하는 곳인데 헤어지면서 저렇게 인사하다니. 분명한 것은 저 인사말에는 ‘곧 또 보자’라는 의미와 함께 내가 기다리고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다.
세상의 인사에는 ‘또 만나요’라는 개념이 일반적이고 대부분이 빈말에 해당된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하는 “다녀오세요”라는 인사에는 사람 내부로 몇 발자국 걸어 들어간 온기가 느껴진다. 마치 패딩 점퍼 안에 양손을 넣어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는 기분이라고 할까.
김민희 작가는 일본의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돌며 일하고 배우고 사람들 안에서 인생의 지도를 넓혀 가는 여행자다. 이 인사를 듣고는 세상에는 집이 여럿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의 많은 대문을 두드리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차갑다 못해 살짝 얼음이 낀 듯한 세상을 나서는 아침에, 그리고 여전히 춥고 서러운 바깥을 두고 문을 걸어 잠그는 저녁에 나는 이 인사를 떠올릴 것만 같다.
가을은 이례적으로 짧았고 손난로와 전자레인지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계절로 넘어왔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이른 인사를 건네고 있건만 이제 우리는 사람 안쪽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팬데믹 이후로 얼마쯤은 식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애써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써봤자 머리가 아프니 별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 어떤 이득도 없을 테니 다정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넬 필요 따윈 없다고 믿는다.
나는 세상의 따뜻한 인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거나 자격이 있는가. 인사의 힘 하나만으로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나가 세상을 조금 더 데우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오래도록 알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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