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제 대전을 찾아 외국인 한국어시험센터와 KAIST 글로벌 인재 비자센터를 방문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정책 행사였다. 대전에서도 응원 피켓과 꽃다발이 등장했고, 1시간 넘게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한 장관은 지난주 동대구역에서 사인과 사진 때문에 서울 복귀 열차를 오후 7시에서 10시로 3시간 늦추기까지 했다. 금요일 예정대로 울산을 방문하면 1주일 사이에 3차례 지역 행사에 나서게 된다.
한 장관은 “국정감사로 미뤘던 통상 업무”라고 하지만 방문 횟수, 방문지, 발언 수위를 볼 때 총선 출마는 물론 전국 단위 선거 참여를 염두에 둔 것처럼 읽힌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1년 동안 지방 행사에 5번 참석했다. 장소도 지방 검찰청과 교도소 등에 국한됐다. 그러다가 여름이 지나면서 횟수도 늘었고, 대학 조선소 딸기농가 등 민생 현장이 추가됐다. 이런 게 정치인의 일정 아닌가.
한 장관은 대구에서 “대구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한다”고 했다. “6·25 때 적(敵)에게 도시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이겨냈다”는 이유를 댔다. 이렇게 발언하는 국무위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검찰총장직 사퇴를 하루 앞두고 대구를 방문해 “대구는 나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라고 했던 장면이 겹쳐 보인다. 이러니 국민의힘 일각에선 “출마는 기정사실”이라며 선대위원장 등 활용 카드를 대놓고 거론하고 있다.
한 장관은 대전에서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한 장관은 총선에 출마할 건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건지 입장을 서둘러 정리하길 바란다. 총선 출마에 뜻이 있는데도 1주일 새 3번이나 지방을 다니며 여론의 관심을 끄는 행보를 하는 건 국정을 앞세운 사전(事前) 정치로 비판받을 수 있다. 정치를 할 거면 본인 말대로 5000만의 상식에 따라 장관직을 내려놓고 해야 한다. 그것이 ‘말 따로 행동 따로’이던 낡은 정치와 차별화하는 길이다. 한 장관의 대구 대전 울산 일정은 국민 세금인 법무부 예산으로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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