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SIGHT]여성 근로자 40% 광산의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23시 36분


많은 기업이 성평등 수준이 높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변화는 더딘 편이다. 전 세계가 여성에게도 공평한 직장과 사회적 문화를 달성하는 데 거의 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 전망이 있을 정도다. 특히 광업처럼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산업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이런 가운데 한 광산에서 나타나는 성평등 문화가 눈길을 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산 회사인 BHP가 운영하는 철광석 광산 사우스플랭크는 전체 직원 869명 가운데 40%가 여성이다. 전 세계 대형 광산에서 여성 근로자의 비율이 평균 10%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우스플랭크의 고위 관리자 6명 중 4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국제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또는 남성)의 비율이 40∼60%인 직장 또는 남녀가 동등한 권한과 영향력을 갖는 직장을 성평등 직장으로 정의한다. 사우스플랭크는 어떻게 성평등한 광산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필자들은 2022년 말부터 6주간 광산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내며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우스플랭크가 성평등을 이루게 된 비결 5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고위 리더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성평등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을 지원했다. 사우스플랭크의 리더는 중간 관리자에게 철광석 생산 목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성평등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중간관리자가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 예로 광업에 종사하는 남성 대부분은 기술이 없어도 채굴 작업에 고용돼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던 반면 여성은 그러지 못했는데 사우스플랭크는 여성을 위한 초급 직무를 만들어 농부, 간호사, 교사 등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여성이 숙련된 광산 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둘째, BHP 본사의 고위 경영진 또한 사우스플랭크가 성별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본사의 지지에 힘입어 사우스플랭크는 여러 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도입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다양한 체격과 체형에 맞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기계와 장비를 개조했다. 또 사회학자를 고용해 포용적인 팀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들었다. 고위 리더들은 온보딩 및 현장 적응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해 신입 사원들을 환영하고 소속감을 높였다.

셋째, 리더들은 여성들이 퇴근 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문화를 조성하는 데 투자했다. 예컨대 체육관, 축구장, 야외 수영장, 도서관, 음악실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설치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했다. 직원들이 술집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다양한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잔디밭을 조성하기도 했다. 신입 사원이 다른 직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음식 축제, 에어로빅 수업, 프로 운동선수 초청 강연 등의 행사를 매일 열었다. 안전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조명, 폐쇄회로(CC)TV, 전자 도어록 및 보안에도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일일 알코올 섭취량을 중간 강도 알코올음료 4잔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도 도입했다.

넷째, 사회과학자들과 협업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범죄를 막는 방법을 연구했다. 예컨대 필자들은 100명이 넘는 감독자와 중간급 리더를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언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 ‘적극적 방관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구성원들이 무례한 행동을 관찰했을 때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우스플랭크의 리더들은 성평등에 대해 목표 수치의 달성보다 문화로 지속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광산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규범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출산 후 광산 현장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부모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가족 및 육아를 책임지지 않는 인력에 의존해 온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계까지 고민할 계획이다.

사우스플랭크는 여성이 트럭 운전, 암석 발파, 중장비 수리 등 고임금 광산 일자리를 원치 않으며 이런 일에 부적합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뜨렸다. 호주의 한 외딴 광산이 여성 인력 비율 40%, 고위 경영진 비율 60% 이상을 달성한 사례는 다른 기업도 이런 성평등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호주의 외딴 광산이 성평등을 이룬 방법’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성평등#공평한 직장#사회적 문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