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익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검토”… 주저할 이유 없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그제 밝혔다.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한다면 이 기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중소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인 것은 긍정적 신호다. 국민의힘이 이미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 조속히 처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한다.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지만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다.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세한 기업들이어서 준비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시행된다면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업장은 전국 83만 개에 이르는데, 법 시행 이후 정부 지원으로 컨설팅, 교육 등을 받아본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의무사항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입법 취지대로 중대재해는 줄이지 못하고 범법자만 양산할 수 있다. 회사 운영을 사업주 개인에게 크게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경영난으로 폐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커진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하는 법안은 어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내 반대 등을 설득해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그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비롯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제1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애로를 해소해 투자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민생 대책이다. 민생 앞에서는 여야도, 정치적 저울질도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