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어주는 사람 없는 길엔 잡초 삭막하고, 예로부터 그대 사는 깊은 숲은 시장이나 조정과는 멀었지요. 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라곤 백발 하나뿐, 귀인의 머리라고 봐줄 리 없다오. (無媒徑路草蕭蕭, 自古雲林遠市朝. 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
―‘은자를 보내며 쓴 절구 한 수’(송은자일절·送隱者一絶) 두목(杜牧·803∼852)
과거를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는 자들은 시험에 앞서 권문세가(權門勢家)나 명사에게 자신의 자질과 재능을 어필해야 했다. 그들로부터 천거를 받는 방법은 이른바 행권(行卷), 평소 써놓은 시문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홍보하는 게 중요했다. 행권은 윗사람과의 첫 만남이란 의미에서 간알시(干謁詩)라고도 했다. 이게 아니면 권력자와 두터운 교분을 쌓아 천거를 받아야 했다. 왕유는 시서화에 능숙했던 덕에 왕공(王公)들과 어울려 지내다 순조로이 장원 급제했고, 이백은 그 시재에 반한 재상 하지장(賀知章)이 현종에게 천거함으로써 무시험으로 등용되었다. 반면 두보, 맹호연은 낙방을 거듭하며 여기저기 간알시를 보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시 속의 은자는 평소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문인지 삭막한 길을 가야 했고, 끝내는 ‘깊은 숲에 묻혀 세속과 멀어졌을’ 것이다. 시인은 현실의 불공평에 대해 ‘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라곤 백발 하나뿐’이라 일갈하며 은자를 위로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두목 자신의 급제에 청탁이 개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의 급제를 도운 이는 태학박사 오무릉(吳武陵), 그는 시험 주관자에게 두목의 ‘아방궁부(阿房宮賦)’를 보여주며 장원 급제를 부탁했고 설왕설래 끝에 5등으로 낙착되었다. 급제자가 이미 내정된 불공정한 경쟁에서 그나마 5등이 된 건 5등까지의 답안지만 황제에게 올라가는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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