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삼성서울병원 수술실, 의료진 10여 명이 합심해 12시간에 걸친 국내 첫 자궁 이식을 성공시켰다. 무려 1년 이상 준비한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이었다. 자궁 이식은 난소는 있지만 자궁이 없는 여성이 임신을 하기 위해 타인의 자궁을 이식받는 수술이다.
선천적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A 씨(35)의 질환은 로키탄스키 신드롬 혹은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신드롬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3000∼5000명당 1명꼴로 보고되고 있을 만큼 사실 흔한 질환이다. 상당수 여성들이 불임으로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다.
●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의사 13명 투입
당시 간 이식, 심장 이식, 콩밭 이식 등은 이미 익숙했지만 자궁 이식은 기자조차도 생소한 장기 이식이었다. 흔히 장기 이식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술이지만, 자궁 이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식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장기 이식 수술은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자궁 이식 같은 경우는 출산할 때 제왕 절개를 하면서 이식받은 자궁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기 이식과는 달리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시도된 첫 자궁 이식에서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서 결국 이식한 지 2주 만에 자궁을 떼어내야 했다. 의료진은 실망했지만 오히려 환자가 “뇌사자 자궁 이식은 가능하니 또 한번 해보자”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환자는 첫 자궁 이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증자인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큰 결심 뒤 딸에게 자궁을 준 어머니가 낙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용기를 얻었고 2차 자궁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올해 1월 A 씨가 뇌사자(44)의 자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이식외과 박재범 이교원 교수와 이유영, 노준호, 김성은,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총 13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자궁동맥 자궁정맥 등 혈관을 잇는 정밀 수술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생체 자궁(건강한 사람의 자궁)보다는 뇌사자의 자궁을 떼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웠고, 혈관을 문합(혈관 연결)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원활했다. 그리고 자궁 이식 29일째 A 씨는 첫 월경을 했다. 의료진은 초경을 지나고도 초음파, 조직검사를 확인하며 이후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이식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간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처음 성공한 자궁 ‘재이식’이었다.
● 환자에겐 절실한 문제… 출산까지 성공해야
수술 성공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까”, “입양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등이었다. 하지만 자궁이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문제였다.
자궁 이식 수술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지금은 자궁 이식의 성공률이 높은 젊은 여성 자궁 기증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장기 이식법 적용 범위를 간, 신장, 폐와 같은 기존 분야에서 자궁 등 다른 장기로 넓혀가는 방안도 논의해야 된다. 비용도 문제다. 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궁 이식 성공은 ‘절반의 성공’이다. 최종적으로는 인공 수정까지 성공해야 수정란이 자궁에 잘 정착해서 10개월 뒤에 출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의 임신 준비를 위해 이식 6개월 전에 미리 준비한 인공 수정란의 상태도 확인했다. 자궁 이식이 성공한 뒤 6개월 후 인공 수정을 통해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키기 위해서다.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16개국에서 85건(생체 기증 63건, 뇌사자 기증 22건)의 자궁 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중 최종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는 40건에 불과했다. 환자는 이미 두 번에 인공 수정 임신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남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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