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발생한 ‘정부24’ 등 행정전산망 2곳의 마비는 네트워크끼리 연결해 주는 장치(라우터)의 ‘접속 불량’ 때문인 것으로 행정안전부가 최종 발표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닌 단순한 기계적 오류라는 것이다. 접속 불량 탓에 한글 기준 750자가 넘는 크기의 문서는 데이터의 90%가 날아가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접속 불량이 자동차 매매,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류 발급 등 1300종의 민원 서비스가 56시간 동안 중단됐던 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이라니 어이가 없다.
행안부는 이번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허점을 드러냈다. 전산망 사고 때 최우선 과제는 백업 시스템의 즉각 구동, 발 빠른 원인 규명이다. 우선 사고 원인을 두고 갈팡질팡했다. 사고 당일엔 “전날 밤에 했던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에 따른 오작동 같다”고 추정했다. 이틀 뒤엔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에서 에러가 생긴 듯하다”고 했다. 2차례 신형 장비로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8일 만에 접속 불량으로 결론지었으니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동일 기능을 가진 예비용 장비를 자동으로 가동하는 이중화(二重化) 대비를 해놓긴 했지만 장비가 작동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카카오 불통 사태 때 예비망조차 구축해 놓지 않았던 점을 질타했던 정부로서 할 말이 없게 됐다. 행안부는 “전체가 아닌 일부 장비에만 이상이 생겨 이중화가 실패했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1년 뒤에라도 전산망 일부에서 에러가 나면 그때도 백업 작동은 안 될 수 있다는 설명 아닌가. 이번처럼 작동하지 않는 예비용 장비는 있으나 마나다.
이번 사고처럼 내구연한이 남아 있는 라우터의 접속 불량 등 기계적 오류도 사전에 찾아내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부분 오류에도 백업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해결하고 넘어가서는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지고 더 큰 국가적 낭비만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노후한 행정전산망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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