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이 법정관리로 가기 전에 자율적 회생의 기회를 제공하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효력이 지난달 끝났다. 기촉법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도 내년 8월 일몰 시한이 닥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들로선 위기에서 탈출할 기회의 문이 잇따라 닫히는 셈이다.
기촉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걸 막고자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를 조정하고, 신규 자금도 지원해 주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이후 일몰과 재연장이 반복되다가 지난달 효력이 끝났다. 2016년 시행된 기활법은 사업 재편을 추진하려는 기업이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자산을 팔 때 세제 혜택을 주고,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해 회생 가능성을 높여주는 한시법이다.
워크아웃은 경영권이 유지되고, 정상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단기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법정관리를 통한 기업 정상화 비율이 12%에 그치는 데 비해 워크아웃은 34%로 높고, 정상화에 걸리는 기간도 평균 10년인 법정관리의 3분의 1로 짧다. 기활법의 경우 지금까지 은행권 승인을 받은 426개 기업 중 다수가 사업 재편에 성공해 2028년까지 이들 기업이 투자하려는 계획이 총 37조 원에 이를 정도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기촉법 재입법과 기활법 한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시법이 아니라 아예 시효가 없는 상시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예산안 정쟁 등에 정신이 팔린 여야 정치권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내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총선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입법 논의가 아예 실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한 기업의 수가 약 20만 개다. 전체 기업 가운데 이런 한계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인 42.3%까지 치솟았다. 국회가 기촉법, 기활법 논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작은 지원만으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업들까지 벼랑 끝에 내몰리거나 재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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