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가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온스테이지는 네이버 문화재단에서 운영해온 음악 영상 플랫폼이다. 2010년 11월 18일 첫 영상을 공개하고, 올 11월 16일 마지막 영상을 올렸으니 13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온스테이지의 역할은 말하자면 음악인에게 일종의 명함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 명함은 음악인들이 직접 들려주는 라이브 영상으로 꾸며졌다. 그렇게 13년 동안 600팀이 훌쩍 넘는 음악인이 온스테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명함을 만들 수 있었다.
온스테이지의 모토는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였다. 이 모토에서 온스테이지의 방향성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온스테이지는 이른바 ‘숨은 음악’, 즉 대중적으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인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음악인들이 일부러 숨어 있는 건 아니었다. 케이팝과 트로트 말고는 세상에 다른 음악이 없는 것처럼 구는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의 편향적인 선택으로 ‘숨겨진’ 음악인이 대상이었다.
유명하진 않지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인을 소개하기 위해 매달 음악 관계자 여러 명이 기획위원이란 이름으로 모여 회의했다. 나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획위원으로 역할을 했다. 그 안에서도 소외당하는 음악이 생길까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음악인이 있을까 크고 작은 공연장을 다니며 6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기획위원 모두가 그러했을 것이다. 이처럼 온스테이지 13년의 역사는 음악인들을 비롯해 기획위원, 촬영·음향 팀, 네이버 문화재단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기록의 역사다.
온스테이지는 수없이 많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을 들썩이게 한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 말고도 수많은 기록이 있다. 그 가운데서 내가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마릐한의 영상이다. 마릐한이란 밴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 과연 100명은 될까? 그럼에도 난 마릐한이 가장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당시 보컬과 기타의 해길과 드럼을 연주하는 러셀은 서양의 악기를 가지고 우리의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해길은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한국말인지 외국 말인지 모를 옛 언어로 노래했다. 그는 옛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할매’들의 말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마릐한의 음악은 가장 토속적이면서 또 가장 이국적이기도 했다. 당시 기획위원으로서 마릐한을 추천한 이유였고 여전히 마릐한의 음악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릐한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식적으로 음악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릐한이 남긴 명곡 ‘뜨노야’는 온스테이지의 영상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온스테이지가 아니었다면 이 노래는 이렇게 훌륭한 영상과 소리로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이 바로 온스테이지의 존재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 놀랍고 헌신적이었던 음악 플랫폼에 큰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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