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에 지난주부터 병력과 중화기를 다시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하는 등 복원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무장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북측 경비병도 권총을 차고 근무하기 시작했고, 서해지역의 북한군 해안포 개방 횟수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 군도 어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GP 복원 등 군사적 상응 조치를 논의했다.
북한의 GP 복원과 JSA 재무장은 지난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를 전진 배치하겠다’고 예고한 대로다. GP 파괴와 JSA 비무장화는 2018년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를 위한 9·19 합의의 상징적 조치로 평가받았다. 북한은 이런 합의부터 무력화해 5년 전 상황으로 되돌린 뒤 점차 군사적 대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무반동총 등 중화기 재투입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휴전선 일대에서 전술핵미사일 같은 신무기 배치나 포 사격·군사훈련 재개 같은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협에 우리 군의 대응 조치도 불가피해졌다. 군은 지난주 9·19 합의 일부 조항(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도 최전선의 GP 복원과 JSA 재무장은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어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북한이 먼저 민감한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우리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다만 GP 복원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경계와 화력 대기 등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한 뒤 이뤄져야 한다.
휴전선 일대의 충돌 방지막이 사라지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은 불시 기습은 물론이고 우발을 가장한 도발 같은 회색전술로 우리를 시험하려 할 수 있다. 이제 군이 굳건한 힘과 의지, 태세를 기반으로 원숙한 대응 능력을 보여줄 때다. 철저한 감시와 결연한 대비로 무모한 도발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의 노림수를 정확히 읽고 맞춤형 대응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것도 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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