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한국의 출생아 수가 5만 명대로 떨어졌다. 3분기 기준으로 6만 명을 밑돈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감소했다. 통상 한국의 출산율은 연초에 높다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하락하기 때문에 이르면 4분기 중 사상 초유의 0.6명대 출산율을 보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분기 출생아 수는 청년층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1.5% 줄어든 5만6794명에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의 합계출산율이 모두 떨어졌는데, 출산율 1위인 세종시마저 0.86명으로 1명을 밑돌았다. 출산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혼인 건수마저 감소하고 있다. 3분기 혼인 건수는 4만1706건으로 1년 전보다 8.2% 줄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다. 9월만 떼어 보면 혼인 건수가 12.3%나 급감했다. 한국에선 출생아 96%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만큼 몇 년 뒤 더욱 심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작년에 한국은 출산율 0.78명으로 전례 없는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재작년 기준으로 인구 5명 중 한 명꼴인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세대 인구는 30년 뒤인 2050년 전체 인구 중 비중이 11.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저도 출산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비혼·저출산으로 인한 ‘축소사회’ 위기는 한국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동인구 부족으로 7년 뒤인 2030년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혼식장, 어린이집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각급 학교의 졸업생 수가 너무 감소해 졸업앨범을 만들 때 학생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치솟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세계 최악의 출산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저출산 문제는 백약이 무효’란 생각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현재 인구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만간 0.6명대까지 하락한다면 사회의 붕괴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다. ‘국가적 자살’이란 말이 나오는 낮은 출산율은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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