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경파 그룹의 탄핵 공세는 거침이 없다. 한 장관은 실제 탄핵을 당했고 탄핵하겠다고 으름장 놓은 장관도 수두룩하다. 탄핵에 필요한 최소한의 헌법과 법률 위반 사실은 적시하지도 못한 채 ‘닥치고 탄핵’이다. 제1야당의 대여 공세라고 하니 탄핵 남발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엄두도 못 내는 분위기다. 박근혜 탄핵의 광장 정치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이젠 타깃이 윤석열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 친이재명 강경파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계엄을 선포할 것이니 단독 과반 의석으로 ‘계엄 저지선’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윤 대통령을 싫어하는 지지자들을 향한 호소라고 해도 계엄 운운 발언은 맥락도 없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뜬금없는 막말 공세의 이면엔 몇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핵심은 ‘반윤(反尹) 탄핵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3년 차를 평가하는 내년 총선을 앞둔 야당의 최대 무기는 정권 심판론일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을 향한 탄핵 공세는 적과 동지를 갈라쳐 전선을 명확히 하는 최상의 카드일 것이다. 적과 동지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 남게 되면 반윤 전선으로 뭉치자는 범야권 통합 요구는 더욱 거세질 거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2012년 총선 전야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총선 직전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만끽한 당시 민주당은 반(反)이명박 진보좌파연합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통진당과 정책연합에 이어 지역구 공천도 협의하는 등 통 큰 통합에 나섰다. 당시에도 극성스러운 강경파의 목소리가 득세했다.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는 야권의 전열을 정비하는 하나의 교시처럼 작동했다. 지금은 일개 구청장 선거 승리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이재명당’으로 바뀌고 있다. 막강한 팬덤 정치와 총선 공천권이라는 무기 때문이다.
과거엔 민주당이 통합 대상인 통진당에 ‘알짜’ 지역구까지 양보하면서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했다. 군소 야당이나 신당 세력의 입지를 살려주기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엔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웬만한 역풍을 감수하더라도 당 주도의 비례대표 공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범야권 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광폭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당권을 쥔 이 대표의 불안한 입지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대장동 사건 첫 재판에서 이 대표의 ‘분신’같은 최측근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검찰 추가 조사의 불똥이 다시 이 대표에게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할 민주당 친명 세력과 달리 당내 비명계나 제3지대 영역에서 움직이는 정치 세력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야권 통합 논의를 하더라도 자신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배경 아닐까.
얼마 전 이 대표를 만난 재야 원로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끝내 비례후보 공천을 고집한다면 1000표 정도에서 승부가 갈리게 될 수도권에 이 대표에게 반대하는 야권 후보가 대거 출마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반윤 탄핵연대’라는 범야권 통합 논의가 순항할지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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