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이후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축소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의 대상을 15일부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1개월 안에 같은 질병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만 화상통화 등으로 비대면 재진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한을 질병의 종류와 무관하게 6개월로 늘리고, 초진 비대면 진료 가능 지역을 응급의료 취약지인 98개 시군구로 넓히며, 휴일과 야간에는 전 지역에서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코로나 시기 예외적으로 전면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끝내고 올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가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의료 취약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비대면 진료의 주요 수요자인 초진 환자를 제외하고, 휴일과 야간에는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재진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시기 일평균 5000건이던 진료 건수는 올 9월 370건으로 급감했다. 30개 이상이던 관련 플랫폼들도 줄줄이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하고 있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확대로 진료받기가 쉬워지고 고사 위기에 몰린 관련 산업도 소생의 희망을 갖게 됐지만 법제화하지 않는 한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국회의 의료법 개정은 “초진만큼은 환자를 직접 봐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의료계 주장에 가로막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코로나 시기 2년 4개월간 비대면 진료가 초진 재진 구분 없이 3661만 건 이뤄졌지만 의료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됐는데 언제까지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건가.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등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거꾸로 가는 의료 규제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비대면 진료 수요는 늘어난다. 초진 환자의 오진이 우려된다면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증상과 질병에 따라 비대면이 가능한 초진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 일찌감치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환자 편의와 신산업 육성이 달린 일이다. 안 되는 구실만 찾지 말고 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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