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쟁 늪에 빠져 또 시한 넘기는 예산, 그 와중에 멍드는 민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일 00시 00분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 12. 01.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 12. 01.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내년 4·10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가 극심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예고하자 이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본회의 직전 이를 수용했다. 이 위원장 면직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은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로 통과시켰다. 비슷한 시각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일방 처리했던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은 양곡법(4월) 간호사법(5월)을 포함해 취임 이후 4차례 행사됐다.

3개월 만의 방통위원장 하차는 여야 ‘방송 쟁탈전’의 상징적 장면이다. 현 정부는 방송 정상화를 명분으로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 교체에 나섰고, 민주당은 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탄핵을 추진했다. 여야 대치 끝에 이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중 1명만 남은 기형적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파업을 부추긴다”(노란봉투법)거나 “친민주당 단체의 영향력 확대”(방송 3법)라는 지적에도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라는 주장만 내세웠을 뿐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657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헌법상 처리 시한(2일)을 올해도 넘기게 됐고, 기업구조조정 중대재해처벌 등 하나하나가 중요한 민생 경제 법안들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런 정치 실종은 연말까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12월 중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특검법 2건의 처리를 벼르고 있다. 개각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격렬한 공방이 예상된다.

21대 국회는 정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삶을 책임져 달라는 민의를 끝내 저버리고 문을 닫을 작정인 듯하다. 법안 및 예산안 처리 파행, 탄핵 공방, 특검 공방 등 어느 대목에서 국가와 민생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는지 의문이다. 오로지 지지층 결집, 상대 무력화의 정략에만 몰두하는 모습 아닌가. 야당의 존재를 인정치 않으려는 여당이나 3년 전 결정된 의석수만을 믿는 거대 야당이나 1년 반이 넘도록 달라진 게 없다. 당장의 경제 위기 대처, 나아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소중한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이를 외면한 채 언제까지 정쟁의 늪에 빠져 있을 건가.
#정기국회#극심한 정쟁#탄핵안 처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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