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6개 부(部)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최상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하는 등 국토교통·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중소벤처기업·국가보훈부 장관을 교체했다. 추경호 부총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 물러나는 장관들은 대부분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계획 중이다. 사실상 ‘총선용 개각’인 셈이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 1년 반 가까이 3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국정 지지율을 회복하고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의 동력을 되살리려면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고장 난 국정 시스템을 바로잡는 인적 쇄신, 이를 통한 국정 쇄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6개 부처에 그친 개각의 폭이나 지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장관들의 총선 출마에 따른 내각 공백을 메우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 정부 출범 초 제기됐던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내각’ 비판을 의식한 듯 6명 중 서울대 출신은 최 부총리 후보자 1명이고, 여성 3명이 후보자로 기용된 게 눈에 띄지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발탁했는지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정 기조 변화보다는 청문회 등을 의식한 무난한 인사 기용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닌가.
이번 개각으로 사실상 ‘2기 경제팀’이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불안정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 부채, 기업 부채의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조마조마한 경제 위기 관리의 최종 책임은 정부 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 2기 경제팀이 이를 제대로 수행해낼 역량을 갖췄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교체설이 나오는 외교부를 비롯해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 등 다른 부처에 대한 후속 개각도 예상된다. 국가정보원장, 방송통신위원장 인선도 남아 있다. 지난주 용산 대통령실 수석 인사와 이번 1차 개각을 통해선 ‘윤 정부 2기’는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콘셉트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무난한 내 편 인사, 회전문 인사 등으론 국민 감동을 얻기 힘들다. 총선이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 여당으로선 총선 승리가 발등의 불이겠지만, 인적 쇄신을 통해 정부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면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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