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첫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의원 정수(300명)와 지역구 의원 정수(253명)를 유지하면서 인구수 변동 등을 감안한 결과다.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 노원 갑·을·병은 노원 갑·을로 통합되고 경기 하남, 화성 등에선 선거구가 추가됐다. 공직선거법상 획정위는 총선 1년 전인 올 4월 10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회가 획정 기준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법정 제출시한이 8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이 획정안은 최종안이 아니고 여야 간 향후 협의를 위한 밑그림일 뿐이다. 여야 간 밀실 협상에서 선거구를 이상하게 쪼개거나 붙이는 게리맨더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의견 조율이 안 되면 최종안이 언제 확정될지도 알 수 없다. 선거구 획정은 19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에 확정됐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에도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최종 획정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부터 등록이 시작되는 예비출마자들은 자신이 뛰어야 할 선거구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정치 신인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들은 신진 정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아 선거구가 갑자기 바뀌더라도 도전자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만 정치 신인들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거대 양당은 선거구 늑장 획정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한 ‘짬짜미’ 아니냐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켰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병립형과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제를 둘러싼 이견과 갈등으로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문제는 내년 1월 말까지 시간이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도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 시간을 끌며 제3지대 흐름을 제어하려는 의도란 지적도 나온다. 선거구 획정도 비례제 논의도 원칙은 오간 데 없고 정략적으로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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